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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두세술 Jun 26. 2018

'나이'라는 두려움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의 주인공 마리아는 나이가 두려운 여배우이다. 그녀는 자신의 찬란했던 18살의 ‘시그리드’역을 보내고 그를 상대하는 중년 여성 ‘헬레나’역을 맡으며 두려움의 고통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시그리드란 과거의 배역 그 이상이다. 마리아는 '시그리드는 그 무엇보다 자유로우며, 자신은 여전히 시그리드'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 그녀는 시그리드의 자유로움과 순수를 보내는 과정에 놓여있다. 그녀는 여전히 자유로우며 순수하고 싶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회를 겪고 너무 많은 것에 의문을 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젊음과 순수를 대신하는 지금의 ‘시그리드’ 조앤을 보는 것은 그녀에게 두려움이며, 지금의 자신을 대신하는 ‘헬레나’에 몰입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주인공 마리아,   출처 : 다음영화


 마리아가 연극의 배역 ‘헬레나’에 빠져들수록,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는 영화와 연극이, 연극과 현실이 공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헬레나가 가진 나약함과 그녀가 겪을 파괴는 마리아가 거부하고자하는 두려움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두려움에 빠질수록 마리아는 헬레나가 되고, 영화는 연극이, 연극은 현실이 된다. 이러한 공존이 가장 두드러지는 장면은 마리아와 매니저 발렌틴이 알프스 산을 걸으며 대본 리딩을 하는 장면이다. 이때 그들은 ‘호출’과 ‘그냥 부르는 것’에 대한, ‘사적인 관계’에 대한 연극의 장면을 연습한다. 이 연극의 장면이 시작될 때, 영화의 장면도 새롭게 시작된다. 또한 마리아와 발렌틴에게도 충분히 적용되는 상황을 놓음으로써 이것이 마리아와 발렌틴의 대화인지, 헬레나와 시그리드의 대화인지 관객을 헷갈리게 한다. 뿐만 아니라, 헬레나의 시그리드처럼 발렌틴은 마리아를 떠난다. 연극도 ‘현실처럼’ 연기하던 마리아가, 뒷모습을 보이며 ‘연극처럼’ 뱀의 안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발렌틴은 조용히 그녀를 떠난다.

마리아와 발렌틴,   출처 : 다음영화


  이러한 엇갈리는 공존 속에서, 나이가 들으며 무엇인가 ‘많이 알게 된’ 마리아는 그녀가 마주한 연극에, 연극 속의 현실에 두려움을 느낀다. 발렌틴은 마리아를 떠나기 전, 마리아에게 ‘순수함을 되찾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한다. 어렸기에 의문을 품지 않았던 18살의 마리아처럼, 지금의 조앤처럼, 헬레나를 그저 헬레나로 받아들이라는 조언이었다. 헬레나를 마주하며 수많은 두려움과 싸운 마리아는, 그럼에도 연극 무대에 선다. 연극이 시작됨을 알리는 꺼지는 조명을 바라보며, 가장 평온한 모습을 한 마리아가 무대에 있다. 마침내 헬레나를 받아들인 그녀가, 헬레나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받아들인 마리아가 무대에 있다.

조앤,   출처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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