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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행복회로 금지

by 중소기업직장인

처음 회사에 대한 기억은 기대감이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에 인턴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학생신분으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생활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잠도 설칠만큼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죠. 그 회사에서는 창업한 회사가 국가에 신청하면 인턴에 대한 지원비를 50만 원 씩 받을 수 있으니 회사가 지급하는 50만 원을 더해 1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해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더군다나 주 4일은 회사, 1일은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배려도 해준다는 조건이었으니 너무 잘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봉으로 따지면 1,200만 원, 그런데 근무시간은 보통 직장인의 80%, 물론 하루에 딱 8시간 근무한적은 없습니다. 인턴이고 잘 보여야 하니까 일이 없어도 퇴근하지 않고 몇 시간씩 추가로 더 앉아있었습니다.


정말 정말 말도 안되지만 그때는 그런 시대였으니까요.


결론은 4개월 동안 직원 등록도 안되어 있었고 4대보험 가입은 커녕 돈 한푼 받지 못하고 나와야 했습니다. 말그대로 회사는 저를 속였고, 저는 그냥 바보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짐을 싸서 집으로 가야 했습니다. 아직 학생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노동부는 커녕 관리팀에 따지지도 못하고 ‘졸업하고 여기 같은 곳만 피하면 되겠지!’라고 행복 회로를 돌렸었습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상황을 그나마 이정도로 짧게 경험해서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 경험이 없는 말 그대로의 초짜 사회인이 경험을 운운하다니 말도 안되지요. 아니 그런 것을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말그대로 사회경험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서 내 시간과 돈과 학교 공부를 낭비하고 얻은 것은 사회의 좋지 않은 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늘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상황을 냉철하게 살피고 의심하기 보다는 그냥 좋게 바라보려고 하며 이상한 낌새를 느끼더라도 아니겠지 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해 본 바로는 생각대로, 계획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변수가 발생하며, 대부분은 일이 진행되는 중간 중간 매우 많은 추가적인 노력을 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회로를 돌려 높은 수준의 꿈을 꾸지만 결국 현실과 타협을 합니다. 내가 목표로 한 수준보다 조금은 낮게, 또는 손해만 보지 않으면 그걸로 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게 무슨 낭비입니까? 차라리 행복회로를 조금만 덜 돌리던가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지요.


여러분,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보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항상 냉정하게 하나하나 따지면서 피곤하게 살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스스로가 어떠한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생각이 된다면 우리를 둘러싼 상황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바라보고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서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분석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결과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으며, 시간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고민한 시간은 일이 잘못되어 바로잡는데 드는 시간에 비해 아주 적으니까요.


나는 이제 사회에 나왔는데, 상황에 대한 경험도 많이 없는데, 그런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드나요? 다행히 조금이라도 의심이 생긴다면, 지금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대부분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말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20년 후의 저는 현재의 제 경험을 생각하며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미래가 아닌 지금을 살고 있으니 신경 쓰지 맙시다.여러분 도전도, 패기도 좋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된 이상 절대 손해를 봐서는 안됩니다. 특히 스스로의 행복회로에 의해 판단이 흐려져 발생하는 손해는 100% 방지할 수 있습니다.


꼭 기억하세요, 내가 얻는 것이 없다면 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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