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도권에 있는 그저 그런 대학교를 나왔습니다.
뒤늦게 철이 들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고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할 때도 중소기업 외에는 눈을 돌릴 수도 없었습니다. 물론 공시나 공무원 등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IMF의 여파가 남아있는 사회분위기상 중소기업 외에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자기합리화 이며 고민도 도전도 하지못한 사람의 핑계일 수도 있지요. 결과적으로 미래에 대한 생각도 노력도 부족했던 저는 중소기업에 취직을 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대기업의 말단보다 중소기업의 헤드가 될 꺼야' 라고 생각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욕하고 싶을 정도로 무지한 사람이었습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것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중소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취직하는 것도 못하는 주제에 중소기업의 헤드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바보 같습니다.
2021년 기준 중소기업벤처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기업의 99.8%가 중소기업이고, 회사원의 80.9%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으며, 전체 기업이 발생시키는 매출 중 46.8%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합니다. 2023년 대학알리미 공시자료 기준 우리나라 전체 대학교의 졸업생이 34만 명 정도 되었으며 이중 58.1%가 취업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회사에 입사하지 않고 다른 방식의 취업을 한 졸업생도 있겠지만 기업에 취업한 약 20만 명의 졸업생 중에 약 16만 명은 중소기업에 취직했다는 것이지요.
대한민국 회사원의 거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소기업 회사원을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에 비해 여러가지 면에서 더 좋지 않게 생각합니다.
직장을 판단하는 잣대를 중소기업과 그 외로 나눈다면, 더 나아가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평범보다 다소 낮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에 직장인으로써 괜찮은 사람은 도대체 몇명이나 남을까요? 이렇게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타 기준과는 다른 것이 아니라 아예 틀린 것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우리 중 대부분은 중소기업 월급쟁이입니다.
그게 우리 생활이고 인생입니다. 개인의 상황과 취향에 따라 이러한 중소기업 월급쟁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평가의 결과가 좋거나 싫거나 부끄럽거나 자랑스럽거나 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또, 사회생활에 있어 소속감을 통해 발현되는 안정감과 만족감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많은 전제를 뒤로하고 생각해봅시다. 그저 우리는 지극히 평균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사회에 나온 지 얼마 안되는 분들, 우리 인생은 너무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다양한 가능성으로 둘러 쌓여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 인생을 관통하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여러분이 많은 경험과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합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것, 그저 숨쉬듯 자연스러운, 대한민국 사회의 극히 대다수의 평범한 구조일 뿐입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여러분, 여러분은 단지 경제생활의 수단으로 중소기업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부디 중소기업을 어떠한 평가의 잣대로 사용하지 마시고 특히 위축되거나 스스로 상처주는 생각과 행동을 조금이라도 하고 있다면 당장 멈추기 바랍니다.중요한 것은 지금 이순간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여러분의 생각과 노력과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