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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근로기준, 아는 만큼 보인다.

by 중소기업직장인

두번째 회사에서 업무 포지션이 마케팅이다 보니 회사를 알리는 여러가지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주요 제품에 대한 제안서를 기반으로 여러가지 형태의 안내자료를 만들고 바이어 문의에 대한 응대와 간혹 발생하는 대표이사의 지시에 대한 수명업무를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일을 시작한지 1년도 안된 사원이 뭘 알겠나요. 그저 시키는 대로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갔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시기에 보통이라면 신입사원에게는 시키지 않을 업무를 경험하였습니다. 바로 컨벤션에 참가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회사의 주력 품목을 안내하는 업무입니다. 물론 과장님의 지시가 있긴 했지만 많은 부분을 주도적으로 담당해야 했으며, 이런 것 역시 중소기업이니까 가능 했던 현상입니다. 지금의 저에게 동일 업무가 주어진다면 시작부터 끝까지 절차가 그려지는 대단할것도 없는, 그저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지만 그당시에는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공간에서 회사를 홍보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너무도 대단하고 멋져 보였던 것 같습니다.


전시할 품목의 선정, 설명자료 작성 및 인쇄, 부스 디자인, 문의 케이스 별 답변 시나리오 준비, 효율적 전시 방법 결정, 시간대 별 직원의 배치, 전시회 후 방문자에 대한 피드백 방법 등등 수많은 업무를 진행했으며 한달이 넘는 기간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을 하여 겨우 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컨벤션은 3일 동안 짧게 진행되었지만 시작부터 참여하여 컨벤션이 종료될 때까지 직원들과 함께 준비하고 각각의 업무절차에 모두 참여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많은 학습이 되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제 경험치가 쌓인 것은 좋습니다만!


컨벤션 업무의 특성 상 오픈 전날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준비한 물품을 세팅해야 했고 행사일정 내내 준비 시간과 마무리 시간을 포함하여 하루에 8시간 이상씩 계속 서서 고객응대를 해야 했습니다. 마지막날은 저녁 늦게까지 물품철수 및 회사로 이동, 정리 등을 진행해야 했던 만큼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심지어 이 일정은 금, 토, 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월요일부터 그 다음주 금요일까지 12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업무를 처리해야 했습니다.


요즘 같은 경우 기업을 대상으로 한 B2B컨벤션은 대체로 금요일에 종료됩니다. 또한 기업에서는 휴일에 근무할 경우 대체휴일을 챙겨 주거나 휴일근로수당을 주기 마련입니다. 물론 중소기업은 잘 챙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일은 엄청나게 하고, 몸은 축나고, 별도의 최소한의 보상도 받지 못한채로 업무가 종료되었습니다.


우리가 중소기업에서 일할 때 스스로가 잘 몰라서 넘어가거나, 알지만 이야기하기가 좀 어려워서 회사에서 알아서 그냥 적당히 챙겨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 많은 것들이 존재합니다.


대한민국에는 노동자를 위한 근로기준법으로 제정되어 있으며 5인 이상 기업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여 인사규정과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직원들에게 안내하고 고용노동부에 등록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법률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조건 해야 하는데도 회사는 이행하지도 않고 내부에 알리지 않아서 직원들이 잘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은 그 회사에서 일한다면 반드시 알아 둬야 하는 것이며, 최소한의 권리를 챙기기 위해서도 꼭 확인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그러니 당당하게 회사에게 확인시켜줄 것을 요청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신규직원 및 1년에 80% 이상 근무한 직원에 대한 연차 발생과 사용규정, 급여의 산정과 지급에 관련한 규정, 평가와 보상에 관련한 규정, 추가 근로 또는 휴일 근로에 따른 수당 지급 규정, 퇴직금 산정 등에 관련한 규정, 여성보호 및 산전 후 휴가규정, 직장내 괴롭힘 방지 규정, 직장내 필수 교육 관련 규정 등은 기본적으로 확인하시고 알아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근로계약서는 반드시 작성하고 그 안에 근로시간, 급여, 업무에 대한 내용들이 정확히 작성되어 있는지 스스로가 챙겨야 합니다. 또한 급여를 받는 당일에 항목별로 잘 정리된 급여명세서 역시 반드시 수령하시기 바랍니다.


기업과 직원이 상호신뢰의 원칙 하에 서로 준수해야 할 것을 잘 지킨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기때문에 문제가 생기며 특히 우리가 다니는 중소기업은 항상 문제가 생기는 편입니다.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문제가 생겼을 때 따질 수 있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약 20년간의 중소기업 근무 경험 상 규정은 있지만 규정에 맞게 모든 것을 처리한 회사는 진짜, 정말, 매우 강조하여,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어떻게 매번 규정대로 처리할 수 있냐'고 하면서 방관하다가 직원과 회사간의 싸움으로 번지고 직원은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여 '법대로 처리하겠다.', 회사측은 '그동안 얼마나 잘해줬는데 어떻게 그러냐' 등등 웃픈일이 실제로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중소기업을 다니는 우리의 권리를 확실히 알고 챙기기 위해서 회사의 규정을 꼭 요청하고 살펴보시고, 그 내용이 모호하거나 부족하다면 기본적으로 중소기업 직장인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근로기준법에 대해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검색사이트에 근로기준법이라고 검색만 해도 전체 법 규정과 관련된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생소한 용어와 딱딱한 문장이 이해를 더디게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적당히 시간을 들여서, 필요하다면 조금 공부를 해서라도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다행히 요새는 근로기준법을 잘 해석해서 설명해둔 글도 많으니 케이스에 맞게 검색을 하셔도 좋습니다.


근로기준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복잡하게 만들고 모르게 하려는 분위기가 더 문제일 뿐. 당당히 물어보세요. ‘이건 법적으로 맞는가요?’ 그 질문 하나로, 우리는 더 지킬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소중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의 불합리함을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도록 조금만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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