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회사의 업무 중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한 것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수치의 정리였습니다.
회사는 매우 다양한 자원을 소모하여 그 회사만의 수익 발생 수단을 생산하거나 판매를 위한 특정 물품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또 추가적인 자원을 사용하여 영업을 진행하고 기업에서 생산된 제품이나 구매한 상품을 수익으로 변화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자원의 획득과 사용, 변환, 교환 등은 모두 숫자로 나타낼 수 있으며, 이런 수치들은 회사를 운영하고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됩 니다.
고유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계정과목이라는 회계기준으로 변환하여 기록하고 그 소모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세하게 추가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원의 회계적 처리에서 발생하는 수치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분석하고 시각화 하여 임직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일들이 제 업무의 시작이었습니다. 따라서 경영상에 발생하는 숫자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했으며 그 가짓수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수집된 숫자를 분류에 맞게 구분하고 정리하고 재 조립하는 업무를 기본으로 하여 현상을 파악한 후 유사한 이슈가 기업내에서 발생할 경우 어떠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진행했습니다. 일종의 관리회계의 분야이며, 이런 부분이 경영기획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회사는 다양한 업무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임직원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취업 준비중에 별도 비용을 지불하고서 라도 MS-Office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며 이 외에도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도면 설계 프로그램, 회계프로그램 등을 배우기도 합니다. 나아가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 전문적인 개발자가 되기도 하며, 특수한 공정이나 산업에서 사용하는 전문적 기능의 프로그램을 공부하기도 합니다. 이중에 가장 기본적이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파워포인트, 워드, 엑셀은 직장인 업무진행에 있어서 3신기로 분류되는 프로그램이지요
우리가 수행한 업무를 회사 내/외부로 공유할 때 구두로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매우 간단하거나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루틴 업무 정도에서만 구두보고가 시행됩니다. 그 외에는 거의 무조건 적으로 모든 업무가 문서화되어 진행됩니다. 특히 업무의 시작, 중간, 마무리 보고를 시행하고 그 결과물을 주고받을 때 업무를 문서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너무도 잘 알고 계시지만 파워포인트, 워드, 엑셀은 업무를 문서화하여 표준화 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입니다.
말씀드린 것과 같이 제 업무의 출발은 숫자의 시각화였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업무는 엑셀을 사용했고 심지어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워드 보다 엑셀을 선호하였습니다. 엑셀은 참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초반에는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지요. 대학교 시절, 컴퓨터 활용능력에 대해 학습하고 자격증 시험과 동일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는 교양필수과목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했습니다만 그때의 엑셀에 대한 제 인식은 단순히 여러 숫자가 들어가 있는 표를 만들고 그 자료들을 정렬기능 등을 통해 변환하며, 그걸 차트화 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지금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엑셀의 꽃인 함수라는 것은 감히 제가 다룰 수 없는 너무도 고차원적인 것 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회계나 ERP 프로그램에서 다운받은 일정 기간의 항목별 수치를 엑셀을 통해 변환하여 표를 만들고 필요에 의해 사칙연산을 통한 합계를 내거나 비율을 구하고 그걸 다시 차트화 하여 보고서에 넣는 업무를 많이 진행했습니다. 당연히 기본적인 추세만을 보여주는 단순한 업무였지만 다행히도 그 시절에는 여전히 수기로 문서를 작성하는 문화도 남아있던 터라 엑셀 자체를 잘 사용하지 않았었고, 사정이 그러하니 엑셀을 사용하는 저는 나름 고급(?)인력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으며 저 역시도 일 같지 않은 일을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이런 현상은 지금도 중소기업 내부에서 특히 가르쳐줄 사람이 없는 일, 전에 없던 새로운 일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실입니다.
그런데 업무가 진행될 수록 다른 부서 선배님들의 참 재미있는 반응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던 업무를 하는 녀석이 나타났으며 '이런 자료도 만들 수 있냐' 라고 했을 때 그 자료가 단순히 사칙연산에 의해 이루어진다 해도, 생각만 하던 숫자와 차트들이 눈앞에 생기고 문서로 제공될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른 후 변경된 수치만 넣어주면 바로 적용되는 양식 역시 받게 되고 절차의 변경이 있을 경우 그 내용만 말하면 적용해서 수정해주는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으니 다들 만족하고 술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업무와 나름의 보상(?)이 계속 진행되었고, 단순한 통계가 아닌 뭔가 분석을 더 하고 싶은 저는 열심히 엑셀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정말 좋은 기회가 되어 엑셀에 더욱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활발한 사용은 다시 학습을 불러와서 여러 서적을 구매한 후 다양한 엑셀 기법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자 여러가지 경제/경영통계분석을 엑셀로 시행하고, 최적해를 구하는 과정도 실행하며,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데이터를 엑셀로 관리하는 경지에 올라섰습니다.
이런 과정을 저는 제가 잘해서, 열심히 노력해서 또는 잘나서 가능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필요에 의해서 기회가 주어졌고 자연스러운 업무과정에서 습득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작은 기회라도 주어졌다면 그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추가적인 기회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스스로 필요에 의해 기회를 만드는 수준이 된다면 당연히 여러분들은 저보다 더 잘하실 수 있지요.
20년 가까이 중소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에서 말씀드리자면, 지금도 기본적인 3신기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하는 임직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신입사원과 나이가 많은 임원분들이 특히 그렇고 중간층에 위치한 직원 중에서도 기존에 작성된 양식을 기준으로 단어와 숫자만 바꾸는 정도의 일처리를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혼자 못하면 괜찮지만 심지어 자기가 가진 수치 데이터를 정리하지 못하고 저에게 가져와서 이러이러한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일을 시키는 타부서의 무려 '신입'사원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부서의 부서장님이 제가 숫자를 많이 다루는 것을 알고 조언을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하셨고, 그걸 잘못 알아들은 신입사원이 저에게 일을 시킨 해프닝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상황을 만드는 대단한 눈치 없음에 험한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업무를 위한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은 당연히 어렵고 쉽게 적응하기는 힘들며 어느 수준까지 사용해야 잘한다 소리를 듣는지 애매모호 합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까지 익혀야 하는지 걱정되기도 하고 실질적으로 업무에 사용할 때는 어떻게 정리를 하나 고민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모두 여러분들이 익숙해지는 과정일 뿐입니다. 여러 고민의 과정은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여러분이 그 회사에서 해당 업무를 진행하는 한 무조건 사용해야 합니다. 그게 싫은데 돈은 벌고 싶은 분들은 주저하지 말고 사표를 제출하고 프로그램이 필요 없는 회사를 차리시면 됩니다.
또 당연한 말을 해볼까요?
이번에는 다소 희망적인 당연한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하면 능숙하게 됩니다. 업무도 하면 할 수록 능숙해지고 업무수행 시간도 줄어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명확한 업무의 기준을 머리속에 넣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업무수행에 있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본적 원리나 방법은 정해져 있고 다행스럽게도 그 기본적인 원리나 방법은 계속 반복됩니다. 얼마든지 유사하게 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명확한 업무기준과 기존에 프로그램이 사용되었던 방법만 안다면 벌써 절반 이상 온 겁니다. 그저 필요한 만큼 꾸준히 이용하면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은 우리편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하게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스스로를 발견하실 테니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