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요?
중소기업, 대기업, 공공기관 등 어느곳에서 근무를 하던지 야근을 해보지 않은 직장인이 과연 있을까요?
지금은 정말 특이한 케이스에 필요할때만 야근을 하고, 늘 정시퇴근을 하고 있지만 제가 회사생활을 시작할 당시에는 99% 확률로 매일 야근이 진행되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정시퇴근 시간에서 +1시간은 되어야 슬슬 퇴근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야근 시 저녁식사는 무상으로 제공되긴 했지만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1시간 반 이상 근무해야한다.' 라는 기준도 존재했기 때문에 저녁이라도 먹을시에는 최소 8시에야 퇴근이 가능했죠. 8시에 퇴근한다고 해도 집에 가는 시간, 씻는 시간 등을 생각하면 10시나 되어야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요새는 보통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지만 그 당시 TV를 보거나 게임을 조금만 해도 12시가 훌쩍 지나버렸죠. 젊은 시절이었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 그렇게 생활한다면 너무 피곤한 삶이 될 것 같습니다.
야근이 생활화되던 시절에는 계속되는 야근 때문에 몸이 피곤할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어차피 야근하게 될 텐데 오전에는 일을 좀 쉬엄쉬엄 하자’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야근 덕분에 전반적인 업무 능률이 떨어지고, 떨어진 업무 능률 때문에 다시 야근은 해야 하는 말도 안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환장할 노릇이죠.
야근을 할 경우 그만큼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이 되지요? 물론 좋은 기업이라면 예전에도 지금에도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서 직원의 야근 수당을 챙겨주겠지요.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하여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따라서 상당히 많은 시간 동안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다면 수당을 받기도 힘듭니다.
그렇다면 야근은 회사원의 업무능력 향상 측면에서 과연 도움이 되었을까요? 그때의 생각도 지금의 생각도 동일합니다. 예외적인 상황은 물론 존재하겠지만 야근의 능률은 거의 대부분 매우 높은 확률로 형편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야근을 그렇게 했을까요?
먼저, ‘직장 선배들이 퇴근을 안 했는데 내가 어떻게 먼저 퇴근하나.’ 하고 눈치를 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번째, 선배들에 비해 내세울것이 많지 않으니 인정 받기 위해서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라고 야근을 이용해 어필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야근을 많이 할수록 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 상사를 너무도 많이 봐왔습니다. 아무튼 두가지 경우 모두 정말 불필요한 생각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세번째, 회사의 특정한 업무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는 특정 기간에 몰려서 업무가 진행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진행된 업무는 빠른 시간안에 의사결정자에게 보고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시간은 항상 부족했고 어쩔 수 없이 야근이 수반되기 마련입니다. 이 경우 피하기 어렵고 어찌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야근 이유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 경우도 개인적인 시간 안배만 잘한다면 야근을 안할 수 있습니다.
제 신입 시절, 특정 기간의 정기적인 자료에 대해 대표이사님께 보고드려야 했습니다. 그날도 해당 자료를 만들기 위해 야근을 하고 있었고, 외근 후 바로 퇴근한줄 알았던 대표이사님이 저희 팀에 불쑥 들어오셨습니다. 회사에 불이 켜져 있어 잠시 들어와봤다고 하셨고 당연히 저는 야근을 하고 있으니 일을 열심히 한다는 인정도 받고, 잘하면 회식하라고 대표님의 법인카드도 하사받을 수 있겠다고 즐거운 상상을 했습니다.
대표이사님은 물론 고생이 많다고 운을 띄우긴 하셨지만, 바로 살짝 꾸중하는 투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우리회사 직원은 모두 담당 업무의 전문가였으면 좋겠다. 전문가는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하면 다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위해 야근 등의 노력을 해주는 것은 고마우나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면 야근할 상황을 만들지 말아라. 그러니 앞으로는 업무시간에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눈치보지 말고 정시퇴근을 해라. 나는 업무를 정시에 처리하는 사람하고 같이 일하고 싶다.’
사회생활을 얼마 하지 않은 저에게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신선한 개념이었죠. 그렇다고 야근이 없어졌을까요?
업무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타 부서의 협조를 구해야 하나 다들 알다시피 그건 매우 어려운 일이며, 대표이사님은 직원들을 위해서 퇴근시간보다 먼저 나가시는 경우가 많았지만 직장 선배분들은 여전히 한두시간 후에 나갔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시퇴근은 거의 매일 지켜질 수가 없었습니다.
대표이사님이 이야기한 야근에 대한 관점은 제가 아직까지 회사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철칙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내 업무적 능력과 회사내에서의 처신술이 어느정도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기준이 필요하겠지만 충분히 노력해서 업무시간을 밀도 있게 보내고, 그 사실을 주변 회사 동료들이 인식한다면 정시퇴근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회사에서 연차가 높아질수록 더 쉽게 가능한 일입니다.
정말 필요에 의한 야근이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눈치나 직장내 분위기, 동료에 대한 미안함 등에서 야근을 한다면, 특히 스스로가 업무시간을 충실히 보내지 않은 결과로 야근을 한다면, 업무적으로 더 단련시켜 야근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야근을 하지 않기 위한 회사에서의 노력은 우리 중소기업 직장인에게 보다 많은 여유를 줄 것이며, 회사와 일상생활의 균형을 제공하고 그만큼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줄 것입니다.
자 이제 눈치보지 말고 정시퇴근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