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개인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사회를 바라보고, 인식하며 자기의 판단을 근거로 행동합니다. 그렇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당연히 맞다는 전제 하에 생활하며, 타인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경우 자신은 틀리지 않았고 다만 타인과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이며,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하게 될 경우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회사처럼 자신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이 업무적 성과와 연관되어 평가를 받고, 성장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장소에서는 더욱 철저하게 방어적이 되곤 합니다.
회사에서 업무를 잘하면 좋지만, 또 업무만 잘해서는 안됩니다.
진행하는 업무의 결과는 다른사람과 공유되나 수행이 복잡하여 진행 방법을 설명하기 어려운경우,
업무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자료를 요청하여 취합하고 분석하는 경우,
타 부서의 요청을 받아서 정해진 기안내에 처리해줘야 하는 경우,
업무적으로 무언가 지속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경우 등등
내가 아무리 말하는걸 잘 못하고 소심+소극적 성격이어도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스스로 업무만 잘 처리할 수만은 없습니다. 업무 자체가 너무 많은 사람들과 엮여 있다 보니 늘 감정을 숨기고 사람 좋아 보이는 가면을 쓴 채로 상대방을 마주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이, 자주 발생하죠.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개인적 사정, 업무적인 스트레스를 너무 많아서, 업무가 너무 많이 몰려서 등의 사유로인해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작은 말실수를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여러사람과 엮여있는 회사에서는 한마디라도 잘못 말하면 싸가지가 없는 놈이 되어버리고 너무나 쉽게 미움을 사게 됩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세번째 회사에서 업무 대부분은 대표이사님의 지시에 따른 자료 조사 및 절차개선 이었습니다. 당연히 타 부서에 많은 요청을 해야 하고 인터뷰 등을 통해 현재 업무 절차와 그 절차 중에 발생되는 투입 인력, 제품, 비용 등을 상세하게 검토해야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려면 타 부서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이런 류의 업무를 경험해봤다면 느끼겠지만 혼자만의 노력으로 쉽게 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주 상세하게 필요사항을 정리해서 안내해야 하며, 문서로만 업무를 요청하면 건방지다는 뒷담화가 난무하는 낭만적인 시절이었기 때문에 꼭 미팅 약속을 잡아 구두로 하나하나 설명해야 했습니다. 이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무리가 없는 일정으로 진행하고 최종 보고자인 대표이사님의 일정도 파악해서 업무 종료 시기를 정해야 합니다. 너무나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솔직히 이런 업무를 처음 할 때는 기획단계부터 막막해서 밤을 새서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업무가 잘 진행되면 너무도 감사할 따름이지요. 하지만 이 업무의 성과는 제가 아니라 잘 협조해준 타 팀에 있으며, 개선된 업무를 진행하는 담당자에게 돌아가지요.
이런 업무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유사한 업무를 진행했던 부서와 또 같이 일을 하게 된다면, 기존 절차보다 간소화 시켜 설명을 좀 생략해가면서 추진하게 됩니다. 이경우 똑같이 경험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협조의 정도는 점점 낮아지게 됩니다. 이런 유형의 업무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대표이사님이 시킨 업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업무협조를 부탁하고 우선순위를 올리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일의 결과가 남는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님을 핑계로 업무를 무리하게 진행하는 싸가지가 없는 놈만 남게 됩니다.
안 믿기시죠? 하지만 업무분배서도, 업무매뉴얼도, 업무절차서도 없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놈의 중소기업에서는 지극히 자주 볼 수 있는 그런 현상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서장이나 임원, 대표이사님은 제가 하는 업무에 타부서의 원성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고 계셨죠. 결국 저 나름대로 업무진행에 대한 내용을 타 부서장에게 보고하고 업무지시가 타 부서장을 통해 진행되도록 나름의 방어를 했습니다.
여러분 모두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이상 억울한 사람이 될 수도, 억울함을 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너무 자기 중심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사정을 전부 고려하고 챙겨줄 수 없습니다. 내가 힘들어 죽겠는데 누가 누굴 걱정하나요? 그러니 스스로 방어적이 되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하지 마세요. 중소기업에서 생활하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만의 방어 수단이 존재해야 합니다. 다만 그 방어수단에 타인이 금방 적응하니 지속적으로 바꿔줘야 합니다. 또한 방어수단에 가시를 붙여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만 조심하세요. 이래저래 골치 아프고 신경 쓰이는 일이긴 합니다만 이게 사회생활이고 인생이랍니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가 가장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이기적인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세요. 그리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더욱 단단해 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