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회사에서 하루하루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자신의 업무에 익숙해지고 능숙하게 처리하게 될수록, 회사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편한 사이가 될수록 결핍되는 것이 하나 생깁니다.
바로 업무결과에 대한 칭찬이죠.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 때에는 실수 투성이로 업무를 처리하다가 정상적으로 무언가를 해내면 잘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립니다. 우리는 일을 하고 돈을 받는 프로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있어 좋은 말, 응원의 말로 이루어진 칭찬 보다는 높은 성과를 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아 상승하는 연봉이 더 좋은 칭찬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특히 업무를 보고 받는 직속 상사로부터 듣는 칭찬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으며, 간혹 업무 처리 후 상사가 무심히 던지듯 건네는 칭찬 한마디에 기분이 너무나 좋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경영기획업무의 특성 상 지속적으로 새로운것을 계획하고 추진하는일과, 변화를 분석하는 일 등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그렇게 도출된 결과는 업무 보고서를 통해 상사나 임원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보고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제 업무결과는 현상을 파악하고 경우의수를 확인하는 수단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내용이 충실하면 그저 당연한 것이며 분석 결과나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정해서 다시 해오라고 지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업무진행에 있어 과거부터 지금까지 칭찬을 들었던 기억이 매우 적었던 것 같습니다.
재입사 이후 호되게 업무를 배우고 하루가 멀다 하고 혼나만 했으니 칭찬과는 거리가 먼 회사생활 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익숙해지고 겨우겨우 별 문제없이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할 시기에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타 부서에서 정말 무리한 일정으로 고객사에게 어떠한 자료를 주기로 약속을 했고 매우 슬프게도 그 자료는 제가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부서 이사님은 시간이 촉박하니 핵심적인 내용만 정리해서 전달하고 추가적인 자료는 별도 요청을 받아 작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해당 업무는 시간만 충분하다면 크게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당시에 중요한 월간 회의 일정과도 겹쳐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일단 처리해야 하는 일이고 한번 작성해두면 두고두고 쓸 수 있는 자료이므로 하는 김에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다짐한 후 업무에 착수했습니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것은 시간이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몸으로 때우는 것 밖에 없습니다. 젊은 시절이니 체력은 자신 있었고 그냥 무식하게 밤을 새서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그러니까 업무지시를 받고 퇴근시간까지 대략 4시간, 대충 밤 8시부터 아침 6시 정도까지 10시간을 더해 14간동안 꼬박 일을 했고 사우나에서 적당히 피로를 푼 뒤에 다음날 퇴근 시간까지 8시간을 추가, 그리고 또 다시 야근 5시간 추가해서 27시간동안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결국 핵심내용만이 아닌 전체 내용을 포괄하는 자료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정상적으로 했다면 4일 정도 걸리는 일을 2일 만에 처리한 것이지요.
3일차에 이사님은 지시한 업무 이상으로 처리된 업무를 보고 받으시고 별다른 말없이 자료가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만을 하셨습니다. 보고가 다 끝나고 나가보라는 말만 하셨죠. 뭐 그때는 당연히 처리할 업무였고 일단 기한에 맞춰 더 많은 업무를 처리했다는 것에 스스로 뿌듯하기만 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이사님은 저를 호출하셨고 1년에 한번정도 회식때나 겨우 갈수 있는 소고기 수육 전문점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아마 제 몰골이나 처리된 업무양을 보시고는 밤을 새서 했다는 것을 눈치채셨겠죠. 이사님은 특별히 비싼 메뉴를 시키시고 별 말없이 식사를 하셨습니다. 저는 사실 피곤해서 정신도 없었고, 그냥 너무 맛있는 특별한 메뉴에 별 생각없이 이게 웬 떡이냐며 맛있게만 먹었던 것 같습니다. 식사를 마무리하고 회사로 걸어오면서 이사님이 지나가듯 무심히 말씀하셨습니다.
“그 정도 자료면 쓸 만해, 수고했다.”
제 중소기업 직장인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칭찬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수고했다는 말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서 한참을 들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대단한 미사여구로 치장된 칭찬을 바라면서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당연하듯 무심히 던지듯 하는 말이라도 내 진심에 대응하는 상대방의 진심이 담긴 칭찬 한마디에 충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법이지요.
상대방의 진심을 느꼈고 그에 응답해야 한다면 여러분도 진심을 다해 칭찬 한마디를 건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