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이직한 회사는 업무 체계를 잘 갖추고 있었으며, 사업적인 우위도 점유하고, 새롭게 성장하는 회사에 발맞춰 직원들의 의욕도 높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따라서 다들, 소위 말하는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고 여러가지 사업적인 호재들이 맞물려서 엄청난 속도로 신규 부서들이 생기고 있었죠.
직원의 입장에서는 '회사에서 시키는 것', 더 자세히 말하면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업무와 그 범위 내의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고 싶지만 새로운 사업이 많아질수록 그럴 수 없는 구조가 되어갑니다. 특히 저는 경영기획 분야이기 때문에 일단 새로 생기는 사업과 그 세부 업무에 대해서 먼저 검토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하지요. 경영기획 담당자와 그 소속 부서에서 실무자들과 함께 검토 후 어렵다면 진행을 중단해야 하지만, 임원분들… 특히 의사결정 권한이 막강한 분들이 하자고 하면 과연 반대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어서 반드시 되게끔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업의 일부 수정과 운영방식의 개선이 진행되면 좋겠지만 그것조차 손댈 수 없는 경우는 실무자에게 과중한 업무가 반드시 부여됩니다. 이 경우 실무자 입장에서 회사에서 제일 미운 사람은 절대 임원이 되지 않습니다. 바로 직접적으로 자신과 소통하는 경영기획 부서원이 됩니다. 네 저입니다.
실무자도 경영기획 부서원이 주도한 것이 아닌, 당연히 임원의 입김이 지대하게 반영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그분들도 회사에 오래 다녀야 하므로 감히 임원과 척을 질 수 없는 노릇이죠. 신규 사업은 이런 저런 많은 사건을 지나 시행되기 마련이고 일단 시작되면 많은 관심과 자원 및 지원이 몰리게 되므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를 찾아가고 수익도 발생시킵니다.
물론 흔히들 신규사업의 성공률은 10%가 안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만, 경험 상 정말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신규사업 검토 중 10건중 1건 정도만 실행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신규사업에는 막대한 자원이 투여되기 마련인데 정말 치열하게 검토하지 않고 진행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기 때문에 신규사업은 검토도 시작도 매우 어렵고 일단 시작되면 BEP를 반드시 넘기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중소기업에서는 특히 소규모 회사라면 대표님의 “이거 한번 해보자”라는 한마디에 신규사업 비스무리한 무언가가 진행되는 경우가 매우 많지요. 하지만 그건 분석, 검토, 설계, 개선 등등이 모두 무시된 말 그대로 소꿉장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소꿉장난을 신규사업이라고 절대 부르시면 안됩니다.
이러한 소꿉장난은 잘되면 100% 대표님 덕분, 안되면 200% 담당자 탓이 됩니다. 무조건이요. 그러니까 이런 소꿉장난이 많은 기업에 계시다면, 대표님 아들이시거나 친척 등 가족이 아닌 이상에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해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규 사업을(빙자한) 의사결정권자의 업무지시를 성공시키느냐?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수만큼의 개별적인 Case가 존재할 테고, 그 모든 경우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조언을 할 수 있다면 전 이미 어마어마한 성공을 했을 테니까요!
그러니 개념적인 이야기만 드릴께요.
우리는 회사가 소속된 산업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의사결정권자 입장에서의 사업의 흐름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미시가 쌓이고 합쳐진 거시 영역을 조망할 수 있어야 하며, 흔히들 하는 말로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합니다. 특히 제일 좋은 것은 나무와 숲을 동시에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네 헛소리입니다. 숲은 안보여요.
내가 회사에 소속된 직원인데, 숲 안에 있는 나무 한 그루 인데 숲이 보일 수 있겠습니까?
아니라고요? 숲이 보인다고요?
지금 당장 이 글을 그만 읽으시고 사업을 시작하세요! 대성하실 수 있습니다!! 크게는 우리나라 GDP의 신장을 위해서, 그리고 여러분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서라도 숲을 볼 수 있으신 분들은 사업을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숲은 안보입니다. 그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실이에요. 그러니 전체 사업과 회사의 흐름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신의 업무, 그 업무와 연결된 다른 업무에 대해서 명확하게 머리 속에 넣는 훈련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게 시작이에요.
자신의 업무에 충실해지고 시야도 넓어지면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나이도 들고 경험이 많아지면 숲이 보일 것 같죠? 네 여전히 명확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숲의 많은 부분을 예측하거나 새로운 숲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현상을 ‘숲을 그린다.’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는 미시와 거시라는 개념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거시는 미시의 집합입니다. 또한 숲 역시 나무를 비롯한 식생의 집합입니다. 특히 사회에서 첫발을 시작한 분들부터 10년 정도 지난 분들도, 우리는 60세가 넘어서도 일하게 되어있습니다. 우리에게 시간이라는 무기가 있습니다. 그러니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명확하게 처리하는 방법부터 고민하시고 그런 명확한 업무처리가 습관이 되게끔 해주세요. 그렇다면 연관 업무도 빠르고 쉽게 파악이 될 것이고, 어느새 숲을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멋진 숲을 그리는 여러분의 모습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