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지난주였다. 낯선 메일 하나가 도착했다. 브런치를 통해 누군가 내게 제안서를 보낸 것이다. 맙소사, 유명 작가님의 글 속에서만 등장하던 ‘제안’이라는 단어가 내게 다가오다니. 읽기도 전부터 온몸이 저렸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다시 한번, 맙소사. 정말 제안서다.
해당 업체는 교육 정보 기반 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그곳에서 ‘취미’와 관련된 글을 작성해주시길 원했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흥미로웠다. 꾸준히 글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뻤다.
잘 해낼 수 있을까? 기쁨과 함께 다가오는 여러 감정 중 하나였다. 지금은 내가 쓰고 싶을 때, 모아뒀던 글감을 재료 삼아 써왔다. 하지만, 제안을 승낙하게 되면 일정한 마감 기한을 요한다. 취미라는 광범위한 주제도 솔직히 막막했다. 우선 취미와 관련된 강연이나 서적을 찾아보고 있는 중인데, 아직까진 막연하다.
중간중간 머릿속에 그려봤다. 무엇을 쓰면 좋을까. 내가 즐겁게 쓸 수 있는 흐름은 무엇일까. 취미라는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다.
취미 :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즐겨하는 일
좋아서 즐겨하는 일이라. 꿈틀거린다. 무언가가 그려진다. 우리가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떠올랐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명료하게 답하는 사람도 있지만, 주저하는 분도 많다. ‘꿈’이라는 단어가 벽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하는 지인도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막연하게 꿈꿨던 삶이 있었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말했다. 본인 업무에 치를 떨며, 괴로워했다. 낙담했다. 이번 생은 망했다고 훌쩍거렸다.
이와 반대의 사람도 있다. 나이 서른 살에 복싱을 시작한 남자. 주, 야간 공장을 다니며 복싱의 매력에 깊이 빠져버렸다. 아니, 사랑하게 됐다. 취미였던 운동이 사랑에 빠지고 열정을 추가하니, 꿈이 돼버렸다. 선수를 꿈꿨고 잠을 줄여가며 한계를 부수는 훈련에 돌입했다. 엘리트 코스(체고, 체대)를 거쳐간 이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단아라고. 저 나이에 무슨 생각이냐고.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수만 번을 연습한 주먹 하나로 목표한 바를 이뤘다. 본인을 3류 복서라 칭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절박하게 꿈꿨던 그의 열정과 눈빛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며칠 생각했던 것들을 쓰고 있다. 지금 쓰는 이유는 온전히 기록이다. 흔적이다. 지금의 때에 우리에게 왜 취미가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시간을 내줄 수 있는 용기와 시간에 대해서. 취미가 꿈이 되어버린 타인의 삶에 대해서도 써보고 싶다. 무엇을 행할 때 몰입하고 빠져드는지. 끊임없는 물음표가 내 가슴을 뛰게 한다. 주저하던 앞선 질문을 고쳐보면 어떨까.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