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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Nov 01. 2019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여행의 이유>를 읽고 나도 여행과 익숙한 사람이란 것을 느꼈다.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_소설가 김영하


늘 그랬다. 나는 여행이란 단어가 친숙하다. 어렸을 적부터 매년 1, 2회 가족들과 함께 국내 여행을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노력이 컸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좋을 때도 있었고 어려울 때도 많았지만, 한결같았다. 우리를 데리고 떠났다. 내비게이션도 없던 때라 큼지막한 지도를 펼쳐가며 이곳저곳을 다녔다.


가끔 목적지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한참을 헤맨 적도 많다. 그런데 즐거웠다. 그 모든 순간들이 즐거웠다. 어린 마음에 그런 생각을 했다.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한 게 아니구나. 여행하는 과정 자체가 신나는 일이구나, 하고 가슴으로 느꼈다.


구형 프라이드에 남는 공간 없이 꽉꽉 짐을 넣어 우린 그렇게 어디론가 떠났다. 낯선 곳에서 조금은 불편하지만 네 사람이 한 텐트에 웅크리고 잠들었던 순간들부터 여러 장면들이 성인이 된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다. 간혹 주변 지인들에게 나처럼 가족들과 여행을 자주 떠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대부분 자주 간 적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때론 이십 년 가까이 살았지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감사함을 느꼈다.


나는 곧 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기대와 떨림이 공존하는 매일이다. 요즘 자주 스스로 묻는 질문이 있다. 어떤 남편이자 아버지가 될 것인가? 한참 고민했지만,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지금 우리 아버지처럼만 살아가고 싶다. 주말 아침이면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정성껏 해서 대접하고, 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날 채비를 마치며, 나이가 들수록 함께 술 한잔 나누고 싶은 사람이 아버지니까. 지금도 매일 그리운 사람이니까.



부모님은 내 구독자다. 언제나 글을 발행하기 무섭게, Like 하셨다는 알람이 뜬다. 글은 다 읽고 좋아요 누르시는 걸까, 살짝 의심이 들긴 하지만. 그 관심과 사랑에 언제나 감사함을 느낀다. 오늘도 기대된다. 몇 초만에 알람이 뜰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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