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을 만났다. 늦은 새벽까지 우린, 각자의 고단한 삶을 듣고 말한다. 덕분에 입이 아프다.
영화 <노팅힐> <냉정과 열정사이> <어바웃 타임> 그리고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스무 번 이상 본 작품들이다.
어느 정도 임계점을 넘어, 주인공들의 대사가 술술 외워질 때쯤이었을 것이다. 주인공 옆에서 조용히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주는, 따뜻한 친구 한 사람이 내 시선으로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런 친구가 있을까. 든든한 조력자이자 내 존재 자체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을까, 하고 자주 물었다.
이십 대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지만, 운 좋게도 나는 그런 사람들이 곁에 있다. 무조건적인 내 편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 삶의 동력이다. 오늘은 그런 사람 중 한 명과 마주하며 소주잔을 부딪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