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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Sep 25. 2019

날 닮은 당신께 드리는 편지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

늦은 새벽이었다. 메일 알람 소리가 울렸다. 브런치 작가 제안을 통해 전달된 한통의 메일이었다. 내가 지난 8월 15일에 썼던 [꿈이 후회로 바뀔 때 사람은 늙는다]라는 글을 읽고 공감한 부분이 많았다는 인사로 시작된 내용이었다. 이십 대 후반의 여성분이셨는데, 현실과 꿈 사이에서 번민하고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허둥대고 있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며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음을 고백했다. 정확하게 써주시진 않았지만, 그녀가 꿈꾸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인 듯 보였다. 날 닮은 누군가를 만났다는 반가움과 함께 지금 그 과정들이 얼마나 고될지가 감히 느껴져 가슴으로 울었다. 절절한 사연을 전해 듣고 어떤 식으로라도 답변을 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글을 쓴다.


어떤 말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뾰족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알고 겪은 이십 대는 한참 아파야 되는 시기고, 그때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온전히 스스로가 찾는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선 고민을 털어놓은 그녀에게 '하고 싶은 꿈을 찾은 것만으로도 이미 시작이에요'라고 말하고 싶다. 의외로 내가 언제 행복한지 잘 모른다. 긴 밤을 새워도 피곤함 대신 기쁨으로 채워주는 그런 꿈을 찾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온갖 물음표를 던지고 낯선 사람, 책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 과정 속에서 나는 겨우 발견할 수 있었다.



한참 휘청이고 있던 내게 버팀목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들어주는 한 사람과 숱한 문장들이었다. 버티라는 말 대신, 같이 울었고 같이 아팠다. 근사한 문장에 끌리기보단 지금 내 현실과 딱 맞아떨어지는 낯설고도 친숙한 문장을 만날 때면 가슴이 저렸다. 필사했던 노트들은 지금도 내 머리맡에 가까이 두고 때때로 읽어보곤 한다. 그때의 나와 지금은 사뭇 달라졌지만 울림은 같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
-앙드레 말로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그런 문장을 발견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기쁨은, '너는 그것을 할 수 없다'라고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그 일을 성취시키는 일이다. 발견한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끝까지 가봤으면 한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패배니까. 혼자 걸었던 외로운 발걸음을 꾸준하게 내딛다 보면, 가끔 나랑 닮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녀와 나는 닮았고, 앞으로도 같은 길을 갈 것이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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