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춘프카 Oct 27. 2019

싸이월드 그리고 젊은 날의 일기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다.

싸이월드에서 이십 대 내내 들었던 BGM을 듣는다. 아, 이때 나는 이 노래에 취해 있었구나.


추억이 떠오른다.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순간들. 뜨겁게 사랑했던 순간의 기록들. 철없이 주절 거렸던 어른들에 대한 불만.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행복일까 번민했던 숱한 시간들이, 이곳 싸이월드에 오롯이 기록되어 있다.


이 공간이 사라지면, 더 이상 떠올릴 수 없는 기억보다 더 강한 기록을 마주할 수 있을까. 순간 울컥했다. 이십 대의 전부가 사라질 것 같아서. 그게 무서워서 눈물이 나왔다.


기자를 꿈꾸기 전부터 써왔던 기록들. 어설프고 위태로웠던, 맞춤법 상관없이 온전히 내 감정대로 느낀 대로 끄적였던 그 기록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에 나는 두려웠다.


이십대 내내 들었던, <냉정과 열정사이> ost. 지금도 나는 같은 영화를 서른번 넘게 보고 같은 음악을 수백번 넘게 듣고 있다.


2006년 3월, 스무 살에 나는 이렇게 썼다.

속물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나다운 삶은 살고 싶다. 그런 삶은 무엇일까. 참된 행복을 느끼는, 행복을 미루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다. 고 썼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던 흔적. 그때 나는 그랬구나 하고 끄덕이는 지금 이 순간. 괜히 아프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는 삶의 한 방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