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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Nov 11. 2019

작가 지망생은 언제 작가가 되는 걸까

스스로를 의심하고 격려하고 점검하면서 걷는 길은 외롭고 고단하다

매일이 전투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다. 그 틈 사이로 주변을 둘러보고 무엇을 쓸지 고민한다. 크게 마음으로 닿는 날이 있는가 하면, 반대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루만 조용히 넘겨볼까? 하는 유혹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그렇다 보니, 깊은 퇴고는 과분한 일이 되었다. 겨우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길 반복한다.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 1차 검열이 끝나면 한번 소리 내 읽은 뒤 발행을 누른다.


이렇게 바쁜 날에도 하루에 30분은 무언갈 읽는다. 책이나 신문, 인터넷으로 떠도는 여러 정보들을 읽곤 한다. 오늘은 소설가 장강명 씨가 한겨레 신문에서 기고한 칼럼을 발견했다. 제목은 <작가를 꿈꾸는 당신께... 한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장을 쓰라>.


그가 제안한 첫 번째가 칼럼 제목 그대로 '한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장 쓰기'다. 200자 원고지 600장은 얇은 단행본 한 권을 만든데 필요한 분량이란다. 그렇게 한 주제로 600장 분량의 원고를 쓴 뒤 지인에게 보여주길 권했다.


"'작가'가 아니라 '저자'를 목표로 삼으라는 게 내 조언이다. 저자를 목표로 삼으면 무엇을 연습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작가의 작업에 대해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글을 쓰는 것이라고, 한 문장을 쓰고 다음 문장을 쓰고 또 다음 문장을 쓰는 일을 반복 하다 보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오해한다. 그것은 다른 훈련 없이 슈팅 연습만 계속했더니 축구 선수가 됐다거나, 부품을 하나하나 이어 붙였더니 어느새 비행가가 조립돼 있더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내 . 출처 : 한겨레신문

더불어 자신이 쓴 글을 시간이 지나 다시 살피면서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점검하는 것, 그러다 때로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 가끔은 '나 글 진짜 못 쓰는구나'라고 자학하는 것도 작가의 일이라 했다.


어떤 사람이 저자가 되려면 어떤 수준의 단련이 필요하고, 그 자신이 변화해야 한다. 책을 쓰면서 그는 서서히 변해간다. 수련자에서 무도가로.


성장과 번화 없이 쓴 책은 책이 아니라는 일갈이다. 공감한다. 다만, 처음 주문한 200자 원고지 600장은 높디높다. 매일 걷고 뛰고 멈추기를 반복하는 순간들이겠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원한 일이니까. 지금 이 순간, 묵묵하게 쓰고 또 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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