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을 '물음'으로 바꾸는 역할
11월에만 링거를 두 번 맞았다. 요즘은 분주하다는 표현으론 허전한 느낌이다. 내 인생에서 모든 것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 만한 여러 일들이 산재되어 있다. 매 순간 '조금만 더 버티자.'라고 작심하는 순간이다. 누군가에게 강연까지 할 정도로 그럴싸한 사람은 아니지만, 최근 토크콘서트 패널 제안을 받았다. 청춘들의 고민을 듣고 답해주는 역할이었다.
나름대로 틈틈이 시간 내어 원고를 썼다. 어떻게 하면 오래 여운이 남을만한 내용을 전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행사를 참석하지 못했다. 하루 전날, 그보다 더 시급한 일정이 결정되어 버렸다. 보이진 않지만, 담당자와 통화하며 얼마나 고개를 숙였는지 모르겠다. 너무 죄송했고, 그날 참석할 여러 청춘들을 마주하지 못해 아쉬웠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정, 보완한 내 원고를 보냈다.
그날 내가 준비했던 답변 중에서, 되려 지금 내게 필요한 부분이 있어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한 질문자가 내게 물었던 내용은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요?"였다. 캠퍼스에서 과대표도 하고 결정해야 되는 일들이 많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물음이었다.
리더 : 조직이나 단체 등의 활동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
나는 능력 여부를 떠나 여러 곳에서 리더로 생활하는 느꼈던 경험을 토대로 말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리더십 관련 책과 자료를 읽어봤지만, 공통적으로 말하는 리더상의 첫 번째 기준은 내가 짐작했던 것과 다행히 같았다. 원고상에서 나는 이렇게 답했다.
“저 사람(리더)에게는 어떤 얘기라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지 않은가. 결국 마음을 얻고 있는가라는 물음입니다. 나 자신이 ‘말을 들어주는 리더’인지 먼저 스스로 자문해보면 좋겠어요. 그것이 시작입니다. 마음을 얻지 못하는데, 리더의 말을 믿고 행동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조직원의 진짜 속마음을 알 수 없다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된 후 자주 물었다. 어떤 얘기라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인가?라고. 언변도 필요하지만, 귀 기울여 듣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매번 느꼈다. 다소 시간이 걸리는 작업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그 토대가 만들어지면 구성원들은 눈빛부터 나를 닮아가기 시작했다. 답변에서 리더에 대한 짧은 문장을 소개했다. "보스는 가라고 말하지만, 리더는 가자라고 말한다."
또 다른 내용도 있었다. "제가 생각하는 리더는 '의문'을 '물음'으로 바꾸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우린 가끔 물음표라 생각하지만 본질은 의문인 경우가 많다. 가능할까, 해낼 수 있을까. 같은 상황을 마주하지만 그가 느끼는 의문을 물음표로 변화시킬 수 있을 때. 그때가 진짜 승부고 리더로써의 역할이라 확신한다.
링거를 두 번 맞았다고 중얼거리다 리더십으로 마무리라니.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버렸다. 실제 원고에는 그 외에도 여러 리더십의 내용을 담아뒀지만, 이곳에 더 쓰지 않았다. 첫째 조건이 가장 중요하니까. 경청을 잘하면 그 외에 조건들은 그 행동을 토대로 이뤄지고 만들어진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사람을 움직이는 유일한 수단은
내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