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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Feb 27. 2020

새로운 수업을 시작했다

김영하 작가의 <책 읽는 시간>, 수면 방송 그리고 초보 유튜버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 <책 읽는 시간>을 자주 들었다. 낯선 타지에서의 생활이 이어질수록 묘한 긴장감과 떨림으로 도통 잠들지 못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방송을 틀었다. 위치는 내 머리맡이었다. 취침 설정이 가능했으니, 보통 2시간 정도 자동 재생할 수 있게 설정해뒀다. 침착하고 분명한 김영하 작가의 목소리와 귀로 듣는 책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그렇게 듣다 잠들기를 반복했다.


첫 방송은 2010년 1월 29일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였다. 작가님은 누가 어떤 경로로 듣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방송을 시작해보겠다고 인사했다. 내가 처음 접한 시점은 2012년이었지만, 애청자답게 첫 방송부터 차근차근 접했다. 때때로 같은 내용을 수차례 반복해서 외울 정도로 듣기도 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버트런트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고된 하루로 온몸이 지쳤을 때는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나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을 들었다. 이기호 작가의 단편소설집 '원주 통신'은 들을 때마다 배를 부여잡았다.


사진 출처 : 아시아 경제


김영하 작가는 방송 중간중간 "모두가 팟캐스트를 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말했다. 계속 듣다 보니까 나도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작하는 데 주저함이 잔뜩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몰랐고, 바쁘다는 핑계가 한몫했다. 그렇게 언젠간 해봐야지,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책 읽는 시간> 방송은 2017년 6월 7일을 끝으로 더 이상 업로드되지 않았다.


나도 한참 팟캐스트로 방송을 접했다가 자연스럽게 유튜브로 넘어왔다. 그리고 일을 저질렀다. 그렇다고 거창한 건 아니고, 김영하 작가처럼 근사한 목소리는 아니지만, 내가 쓴 글을 낭독해서 하나씩 올리고 있다. 혹시나 과거의 나처럼 늦은 시간 잠들지 못하고 방황하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해서. 물론 그 외에도 여러 이유는 존재한다(그중에 선 제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한 작가님의 의견도 참고되었습니다-)


썸네일을 제작했다. 묘한 경험이었다. 포크리에서 썸네일, 채널아트 등 다양한 제작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아는 지인 중 한 명이 헤어디자이너 겸 유튜버라 여러 조언을 받았다. 듣다 보니 너무 복잡했다. 편집부터 자막 외 여러 정보를 제공했지만 "우선 알았어요."라고 대답했다. 시작부터 요란하고 어렵게 시작하면 금세 지쳐버릴 것만 같았다. 누군가 말하는 수익 창출이 아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수업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다. 차근차근 하나씩 운영하는 중이다. 내가 쓴 글은 자주 주변 가까운 지인에게 전달하곤 했는데, 유튜브는 느낌이 뭔가 다르다. 아직 처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어색하고 부끄럽다. 지금 이렇게 쓰고 있으면서도 괜스레 낯간지럽다. 왜 그럴까?


https://youtu.be/5sOS-ay92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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