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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Apr 22. 2020

기사를 읽고 한참을 울었다

지난주 토요일, 늦은 밤이었다. 나는 옆에 누워있는 아내에게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가끔 읽어주는 소설책이 아닌, 전통 시사주간지 시사IN 커버스토리 기사였다. 제목은 <먹어도 먹는 게 아닌 '아동 흙밥 보고서'>였다. 첫 문장부터 깊게 집중했다.


"오늘 뭐 먹었어?"하고 묻자 열세 살 상진이는 말했다. "12시에 집에서 짜파게티 부숴 먹고 게임하다가 8시에 편의점에서 김치라면 사 먹었어요."  피자, 치킨 간식을 거부하던 열 살 준성이는 밥버거 간식이 나오자 떨어진 밥풀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서 멋쩍게 말했다. "요새 밥을 못 먹어서요." 또래 친구들과 아침식사를 제공해주는 지역복지 프로그램에서 참여한 열한 살 소미는 설문조사 종이에 적었다. "집에서 텔레비전 보며 '혼밥'할 때보다 덜 쓸쓸해서 좋아요." 여섯 살 여동생 손을 꼭 잡은 아홉 살 지예는 자랑했다. "저 다섯 살 때부터 밥했어요. 쌀 씻고 물 맞춰서 넣을 줄 알아요."


기사 곳곳에 땀냄새가 느껴졌다. 발품을 팔아 취재원을 섭외하고, 각종 자료와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렇게 한참을 빠져 읽었다. 읽는 중간중간 가슴이 턱 하고 막혔다. 낯선 아이들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밥과 반찬을 준비하고 봉사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전주시에서 운영하는 '엄마의 밥상'은 아침을 굶고 등교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아침마다 따뜻한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사업이다. 2014년부터 시작한 사업은 지난해 예산 5억 6200만 원으로 280명의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먹였다. 새벽에 갓 만들어진 밥, 국, 반찬 세 가지가 보온 도시락에 담겨 아이들 집으로 배달된다. 일주일에 한 번 간식꾸러미와 1년에 한 번 생일 케이크도 제공한다.


참았지만 마지막 페이지에서 결국 멈추고야 말았다. 나는 한참 울었다. 아내는 조용히 어깨를 토닥거려주었다. 부끄럽지만 흐르는 눈물을 계속 닦아낼 수밖에 없었다. 


박은하 전주시청 희망복지지원팀장은 "단순히 아이들의 배고픔을 채우는 차원을 넘어 밥을 먹으면서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있구나'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담담하게 인터뷰하는 공무원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수년 전 나도 비슷한 지점에서 의문과 우려를 품고 여러 학생들을 취재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전주시가 실시하는 ‘엄마의 밥상’ 도시락을 배달받은 한 아이가 감사의 글을 남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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