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시리즈
1. 10월 중순의 어느 날. 서둘러 내년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지난 다이어리에서 옮겨 가야 될 글귀나 자료 등을 정성스럽게 작성하고, 스케줄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분명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손떼가 잔뜩 묻었고, 곳곳에 깨알 같은 글씨들로 가득하다.
나의 글벗께서 2021년 목표와 관련된 글을 썼다. 진작 발행한 글이지만 나는 오늘에서야 차분하게 읽었다. 이루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기필코 달성하실 수 있도록 마음을 담아, 댓글을 썼다. 그리고 나 또한 내년 그리고 길게는 2030년까지 10년간의 계획을 다시금 살펴봤다. 소소한 것부터 거창한 것들까지. 조금은 난잡하다. 하지만 즐비하게 쌓여있는 계획과 구상, 상상에 펼쳐 쓴 미래 일기를 보며 미소 짓는다.
2. 주말이면 짬을 내어 아직 어린 아들과 와이프 손을 잡고 떠난다. 전라도 광주에서 생활한 지 어느덧 5년째가 되었고, 현재까지 느껴지는 여러 좋은 부분 중 하나가 좋은 자연경관을 큰 피로도 없이 금세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그 덕을 더 크게 보는 것 같다. 바다도 보여주고 싶고, 좋은 산도, 들도, 마음 같아선 아빠가 먹는 맛있는 음식은 다 넣어주고 싶은데. 이게 아빠 마음일까.
아이가 체조하듯 다리를 쭈욱 펴고 앉기 시작했다. 이제 막 6개월째로 접어드는데, 빠른 것 같다. 옹알이도 잘하고, 생긋생긋 웃는 모습을 보면 고단했던 하루가 옅어진다.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새삼 느낀다. 때때로 아빠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무럭무럭 예쁘게 크는 아이를 보면 조금 슬퍼지기도 한다. 24시간 온전히 지켜볼 수 없는, 그런 공백 덕분일까. 그런 잔상들로 가끔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