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글은 일치한다
책 세 권을 구입했다. 먼저 다카하시 아유무의 '러브앤프리'. 이십 대 시절 닮고 싶은 여러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자유분방하고 언제라도 마음이 시키면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 인생은 여행이다, 라는 짧은 문장은 오래 맴돌았다. 그의 여러 책을 읽었지만, 정작 처음 출판한 '러브앤프리'는 제대로 읽지 못했다. 책 겉표지에는 '스무 살, 세상의 길목에서 나와 마주하다'라는 카피 문구가 보인다.
잔재주를 부리는 기술 따위 필요 없다.
요란한 비평과 해설도 필요 없다.
삶이 곧 예술이다!
죽는 그 순간에 '나'라는 작품에 감동하고 싶을 뿐.
<러브앤프리> p.26
두 번째는 편성준 작가님의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라는 책이다. 요즘따라 내가 접하는 글 중에서 '아, 이건 정말 좋은 글이다.'라는 스스로의 기준이 있는데 다른 건 아니고 '아, 당장 글을 쓰고 싶다.'라는 욕구를 불러내는 문장이나 이야기다. 이 책에는 곳곳에 나의 글쓰기 근육을 자극하는 에피소드와 문장이 가득하다. 작은 한옥집 '성북동 소행성'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꿈은 "'쉬지 않고'노는 것이다."라는 결심이 가슴에 닿았다. 막연하게 꿈꾸는 앞으로의 장면들을 더 진하게 그려갈 수 있는, 근사한 부부를 만나 기쁘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책에서 "유난히 재미없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실패담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던 말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실패를 자랑할 것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실수를 두려워하거나 창피해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 내년에도 새로운 실수담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자. 그중 몇 개가 언젠가는 성공담으로 변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p.158
마지막 책은 앞서 소개한 편성준 작가님의 브런치 글 중에 우연히 알게 된 책이다. 이성복 시인님의 <무한화서>. 좀처럼 글은 써지지 않아 괴로워하고 있을 때 읽었다. 직접 사서 읽었더니, 더 찬란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성복 시인님의 여러 시집을 접했지만 어려울 때가 많았다. 시인의 시선을 공유하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내게 시란 어려운 것일까, 절망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좋은 선생님 덕분에, 위로받을 수 있었다. 이 책은 2002년부터 2015년까지 대학원 시 창작 수업내용을 471개 아포리즘 형식으로 정리했다. 벌써 모든 페이지마다 밑줄을 긋고, 무언갈 읊조렸다.
71 그냥 머릿속에 지나가는 생각들을 적어보세요. 쉽게 쓰는 것이 지름길이에요. 거창하게 인간의 운명에 대해 얘기할 것 없어요. 그런 건 내가 안 해도 벌서 다 나와 있어요. 그냥 우리 집 부엌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만 쓰세요.
261 모호한 게 제일 정확한 거예요. 왜? 인생이 본래 모호하기 때문이에요. 알 듯 모를 듯해야 말에 힘이 붙어요. 시가 철학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철학하고 있다는 걸 들키면 개똥철학이에요. 시에서는 폼 나는 말 안 하는 게 폼 나는 거예요. 뭐 좀 안다고 자랑하지 마세요. 본래 모르는 거예요.
415 삶을 바꾸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하고, 생각을 바꾸려면 은유를 바꾸어야 해요. 믿을 수 없고 수긍할 수도 없지만 글쓰기 외에 다른 천국이 없어요.
436 삶과 글은 일치해요. 바르게 써야 바르게 살 수 있어요. 평생 할 일은 이 공부밖에 없어요. 공부할수록 괴로움은 커지지만 공부 안 하면 내 다리인지 남의 다리인지 구분할 수 없어요. 젠체 안 하고 남 무시 안 하려면 계속 공부해야 해요. 늘 문제 되는 것은 재주와 능력이 아니라 태도와 방향이에요.
<무한화서>
다친 새끼발가락, 이것이 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