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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Mar 03. 2021

"다친 새끼발가락, 이것이 시예요."

삶과 글은 일치한다

책 세 권을 구입했다. 먼저 다카하시 아유무의 '러브앤프리'. 이십 대 시절 닮고 싶은 여러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자유분방하고 언제라도 마음이 시키면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 인생은 여행이다, 라는 짧은 문장은 오래 맴돌았다. 그의 여러  책을 읽었지만, 정작 처음 출판한 '러브앤프리'는 제대로 읽지 못했다. 책 겉표지에는 '스무 살, 세상의 길목에서 나와 마주하다'라는 카피 문구가 보인다.


잔재주를 부리는 기술 따위 필요 없다.
요란한 비평과 해설도 필요 없다.
삶이 곧 예술이다!
죽는 그 순간에 '나'라는 작품에 감동하고 싶을 뿐.

<러브앤프리> p.26


 번째는 편성준 작가님의 '부부가   놀고 있습니다.'라는 책이다. 요즘따라 내가 접하는  중에서 ', 이건 정말 좋은 글이다.'라는 스스로의 기준이 있는데 다른  아니고 ', 당장 글을 쓰고 싶다.'라는 욕구를 불러내는 문장이나 이야기다.  책에는 곳곳에 글쓰기 근육을 자극하는 에피소드와 문장이 가득하다. 작은 한옥집 '성북동 소행성'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꿈은 "'쉬지 않고'노는 것이다."라는 결심이 가슴에 닿았다. 막연하게 꿈꾸는 앞으로의 장면들을  진하게 그려갈  있는, 근사한 부부를 만나 기쁘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책에서 "유난히 재미없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실패담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던 말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실패를 자랑할 것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실수를 두려워하거나 창피해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 내년에도 새로운 실수담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자. 그중 몇 개가 언젠가는 성공담으로 변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p.158


마지막 책은 앞서 소개한 편성준 작가님의 브런치 글 중에 우연히 알게 된 책이다. 이성복 시인님의 <무한화서>.  좀처럼 글은 써지지 않아 괴로워하고 있을 때 읽었다. 직접 사서 읽었더니, 더 찬란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성복 시인님의 여러 시집을 접했지만 어려울 때가 많았다. 시인의 시선을 공유하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내게 시란 어려운 것일까, 절망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좋은 선생님 덕분에, 위로받을 수 있었다. 이 책은 2002년부터 2015년까지 대학원 시 창작 수업내용을 471개 아포리즘 형식으로 정리했다. 벌써 모든 페이지마다 밑줄을 긋고, 무언갈 읊조렸다.


71 그냥 머릿속에 지나가는 생각들을 적어보세요. 쉽게 쓰는 것이 지름길이에요. 거창하게 인간의 운명에 대해 얘기할 것 없어요. 그런 건 내가 안 해도 벌서 다 나와 있어요. 그냥 우리 집 부엌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만 쓰세요.

261 모호한 게 제일 정확한 거예요. 왜? 인생이 본래 모호하기 때문이에요. 알 듯 모를 듯해야 말에  힘이 붙어요. 시가 철학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철학하고 있다는 걸 들키면 개똥철학이에요. 시에서는 폼 나는 말 안 하는 게 폼 나는 거예요. 뭐 좀 안다고 자랑하지 마세요. 본래 모르는 거예요.

415 삶을 바꾸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하고, 생각을 바꾸려면 은유를 바꾸어야 해요. 믿을 수 없고 수긍할 수도 없지만 글쓰기 외에 다른 천국이 없어요.

436  삶과 글은 일치해요. 바르게 써야 바르게 살 수 있어요. 평생 할 일은 이 공부밖에 없어요. 공부할수록 괴로움은 커지지만 공부 안 하면 내 다리인지 남의 다리인지 구분할 수 없어요. 젠체 안 하고 남 무시 안 하려면 계속 공부해야 해요. 늘 문제 되는 것은 재주와 능력이 아니라 태도와 방향이에요.

<무한화서>


다친 새끼발가락, 이것이 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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