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춘프카 Jan 19. 2016

인생을 그리다

낙서하고 읽고 사랑하고 꿈꾸다

대학생활의 기억은 '낙서'와 '도서관'이다.

지루한 전공과목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빈 연습장에 낙서를 하곤 했다.

내 맘대로 쓰고 그렸다.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렸고 시와 소설, 일기도 썼다.

가끔 용기를 내어 지인들에게 내가 써놓은 시를 읊어주기도 했다.

녀석들은 몇 자락 듣지도 않고 자리를 박차곤 했다.


도서관을 자주 들락날락 거린 이유는 간단했다.

온전히 나를 위해 쓰는 시간과 공간으로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독서량이 상당한 것도 아니었다.

고백하건대, 도서관을 오갔던 횟수만큼 책을 읽었더라면 나는 훨씬 더 좋은 글을 세상에 내놓았을 것이다.

다만, 그 고요한 침묵이 좋았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집중할 수 있고,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그러다 깨면 다시 내 눈앞에 놓인 책을 응시하는 반복이었다.


자주 끄적이던 연습장을 오랜만에 살펴보았다.

그중에 흥미로운 글 하나가 보여서 옮겨 담는다. 제목도 거창하다.

송oo의 <인생 지도>


무슨 생각으로 써 내려갔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순 없지만, 다시 읽어보니 조금 웃기기도 하고 그렇다.

10대는 놀기 좋아하고, 철없고, 실수투성이에 끈기 없던 사람.

-적어놓은 대로 충실히 놀고, 철이 없었으며, 실수투성이었다. 흡족하다. 써놓은 대로 살 수 있어서.


20대는 인생에 스승을 정하고 ‘성실’을 배우고 여러 어리석은 도전과 실패, 많은 여행을 통해 어떠한 인생을 살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

-인생에 스승을 정했다. 성실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물론 지금도 먼 미래도 마찬가지다. 어리석은 도전과 실패에는 '사랑'이 들어갈 듯하다(다른 의미에서의 도전도 많았지만). 여행은 의식적으로 1년에 한 번씩은 돌아다녔던 것 같다. 덕분에 낯선 사람과 대화하고 그 사람의 인생을 엿들을 수 있었다. 어떠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가, 정말 진지하게 물었던 이십 대였다('이십 대였다'라는 쓰고 가슴이 저릿하다. 나 이제 서른이구나).


30대는 내가 좋아하고 열정을 쏟아 내며 사회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한 가정에 아버지로서 살아가는 것. 매력적인 어른이 되는 것.

-삼십 대는 이제 시작이다. 위에 써놓은 대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삼십 대의 가장 큰 키워드는 '매력적인 어른'이다.

40대는 열정적으로 노고했던 20, 30대 시절 못지않게 더욱 도전하고 뜨겁게 살아가는 삶.
50대는 행복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며, 청춘의 제2막을 시작할 것.
60대는 빠르듯 느린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것. 맛있는 커피와 좋아하는 음악이 귓가에 흘러나오는 조그마한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젊은 청춘들의 삶의 모습과 이야기를 엿듣는 것.
매거진의 이전글 "다친 새끼발가락, 이것이 시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