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저희한테 수업해주실 수 있어요?"
인생길이라는 말이 있듯이 글도 인생 글이에요.
인생이 안 들어간 글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아요.
이성복 시인 [무한화서] 중에서
4월,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전이었다. 한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했다. '공유 문화'에 대한 수업을 하는 날이었고, 내 역할은 취재였다. 그곳을 방문하기 전까지, 어떤 곳인지 개념이 부족한 상태였다. 막상 입장하여 아이들을 마주하고, 분위기를 살펴보니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수업은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을 구분하여 진행했다. "선생님, 저요!" 하면서 너도, 나도 손을 들며 열정적으로 질문하는데 그 모습이 괜스레 대견했다. 집중도가 상당히 높았다.
사진, 영상 촬영에 집중하며 아이들 모습을 담았다. 한참 무언가를 쓰고 있는 아이, 시종일관 선생님을 빤히 바라보는 소년, 옆 친구와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모습, 그리고 내 첫 번째 조카와 쏙 빼닮은 아이도 발견했다. 그 친구는 틈틈이 마치 나를 관찰하듯 힐끔거렸다.
센터 운영자와 잠깐 인터뷰를 가졌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막상 다양한 콘텐츠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가르쳐줄 선생님도 대부분 재능기부 형태라, 수업료가 측정되지 않으니 더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게 두 시간 남짓 취재를 진행했다. 카메라를 정리하고, 일어날 채비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아까 내 조카와 닮은 소녀였다. "궁금한 거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쭈뼛거리며 가만히 서있었다.
괜찮으니까, 천천히 말해봐요.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선생님도, 저희한테 수업해주실 수 있어요?"
다음 침묵은 내 차례였다. "음, 선생님은 수업하러 온 건 아니고." 머리를 긁적였다. 만약에 수업을 한다면 무엇을 가르쳐주실 수 있는지 되물었다. "예전에 글쓰기 수업을 몇 번 한 적 있어요. 저를 비롯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글을 썼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말하는데 아이가 점점 기대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아차, 싶었다. 센터 담당자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를 따로 불렀다. 평소에 조용한 친구인데, 오늘따라 질문이 많다고.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음에 무언가 걸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곳에서 쓰임새가 있다면 의미 있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주춤하게 되는 이유와 질문은 쏟아졌다. 귀가하면 아내에게 답답한 마음을 털어놔야겠다고 다짐했다. 조용히 집으로 들어갔더니 아내는 아이와 함께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찬찬히 두 사람 이마에 입을 맞췄다. 오랜만에 마음을 콕콕 건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