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속도에 맞춰, 차분하게. 서두르지 말 것.
오늘따라 더 분주한 하루
긴 호흡을 내뱉었다. 분단위로 쪼개어 쓰는 듯한 기분. 전화는 수차례 빗발쳤고, 문자 메시지를 비롯해 카카오톡 그룹 메시지 알람은 연거푸 울려 됐다. 문득 사이드 프로젝트 추가 참여를 고민하던 나 자신이 우습게 보였다.
2021년 올해는 유독 협업 제안이 많다. 당장 3월에만 여섯 곳에서 요청이 들어왔다. 대부분 글쓰기를 바탕으로 하는 작업물이었다. 모두 고백할 순 없지만 일부 소개하면 이렇다. 먼저 수년 전 영화 스터디로 인연을 맺었던 한 감독님이 "함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해보자."라고 제안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무척 흥미로웠지만, 선뜻 대답할 순 없었다. 더 생각해볼게요,라고 말을 흐렸다.
다른 곳은 새롭게 신문을 창간하는 언론사 선배 요청이었다. 근무환경이나 월급도 나쁘지 않았다.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취재할 수 있다."는 마지막 말로 나를 유혹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본업을 내려놓으면서까지 지원할 순 없었다. 간혹 일손이 필요하면 사이드로 지원하겠다고 말했지만 선배는 서운한 기색이었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차분하게.
서두르지 말 것.
혼자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렸다. 결코 바쁨이 두려워 주저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부분들은 익숙했다. 다만, 욕심을 부려 내 속도가 아닌 타인의 속도나 방향으로 이끌려가고 싶진 않았다. 과거 경험을 통해 느낀 교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