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춘프카 Apr 13. 2021

매일 아침,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들

아내의 소중한 보물 피아노 그리고 창가 풍경

열중하는 아들을 응원하다


1. '띵~'  매일 아침이면 아들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 그 소리에 맞춰 한참 출근 준비로 분주했던 엄마, 아빠는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를 바라본다. "와~"하는 환호소리와 힘찬 박수로 아들을 격려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들은 미소 짓는다. 


언제부터 건반을 치기 시작했을까. 정확히 추정할 순 없지만,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아내는 틈틈이 피아노를 치며 아이를 달랬다. 이내 스스로 건반을 살피고 그 액션에 곧장 반응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에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두드리는 것 같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묘할 때가 많다.


우리 집 피아노의 역사는 나름대로 깊다. 아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장인어른께서 거액을 주고 장만해주신 선물이다. 연애시절부터 아내 방을 가끔 방문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피아노였다. 


협소한 신혼집이었지만, 나는 꼭 피아노를 우리 집으로 모시고(?) 싶었다. 아내는 "오래된 피아노인데, 괜찮아. 놔두고 가도 돼."라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이곳에 놔두길 잘했다. 아내도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더불어 아들도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우리 집 아침은 경쾌한 건반 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2. 연애 시절, 매번 헤어지기 아쉬운 나날들이었다. 집 앞까지 데려다주면, 아내는 3층 본인 방으로 올라가 창문을 활짝 열고 내게 인사했다. "안녕~" 한참 창가를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현재 아내 집은 재개발구역으로 결혼 후, 얼마 안 되어 철거에 들어갔다. 모르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막상 코앞에 닥치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퇴근하고 다음 약속 일정 전에 잠깐 시간이 남았는데,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아내의 옛집을 향하고 있었다. 익숙했던 동네는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이 묘했다. 


우리만이 기억하고, 기억할 수 있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텅 빈 집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뿌연 먼지가 잔뜩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래도 좋았다. 그때의 우리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영화 <어바웃타임>




매거진의 이전글 도전하는 당신의 시그널 '슬럼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