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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Apr 26. 2021

출간 계획서를 쓰기 시작했다

"출간 계획서를 작성해보세요."


선배가 말했다. , 출간 계획서라. 당황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써야 되지. 주저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기다리기라도  , 관련 책과 본인이 썼던 계획서 양식을 공개했다. 분량은 A4 용지 2남짓. 심플하고 단단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감탄에 빠져 있는데, 옆에서 콕콕 찌른다. 직접 해보라는 싸인이다. 그렇게 두 시간 남짓 처음으로 계획서를 써보았다. 우선 기존 브런치에서 발행했던 글이나 서랍장에 가득 채운 글감들이 있었기에 목차를 나누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어떻게 잘 나눌 수 있을까 하는 고민만 생길 뿐이었다.


"그건, 편집자가 도와줄 거예요. 최소한에 가이드라인만 잡는다고 생각하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마저 썼다. 괜히 책 한 권 내지도 않았는데, 후련한 기분이었다. 뭔가 명료해지는 기분이랄까나. 그저 막연하게 언젠간 낼 수 있겠지 하며 뿌연 안갯속을 허우적거리다가, 살짝 나온 느낌. 잠깐 취해있었는데, 선배가 깨웠다. 앞으로 마음에 가는 출판사를 찾는 일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찾아보는 데 어느덧 삼 개월이 지났다. 몇몇 출판사를 발견했지만, 당장 출간 계획서를 전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한 잡지에서 조용하고 침착하게 출판사를 운영하는 편집자 인터뷰를 읽게 됐다. 고개를 숱하게 끄덕였고, 마른침을 닦았다. '그래, 내가 찾던 분이 이분이구나.'


메일 주소를 파악하고, 오늘 잔뜩 떨리는 마음을 다스리며 발송 버튼을 눌렀다.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알 순 없지만, 역시 처음이라 그런지 여러 감정들이 등장했다. 차분하고 깔끔하게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또는 내가 쓴 계획서에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느끼시고, 제대로 시작해보자라고 권하신다면, 그때는 또 어떡하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신선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워간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이는 그것을 마구 넘겨 버리지만
현명한 인간은 열심히 읽는다.
단 한 번밖에 인생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_상 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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