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운영하는 바버샵은 매력적이다
광주광역시 동구 제봉로 126. 벌써 2년 가까이 다닌, 1인 바버샵이다. 10평도 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이지만, 아늑하다. 그동안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여기가 딱, 내 취향에 맞다.
일단, 조용하다. 잔잔한 올드 팝송이 흐르는데, 그 배경음악을 제외하곤 정적이 흐른다. 사장님은 뻔하디 뻔한 질문 대신 침묵을 미덕으로 삼는다. 오로지 커트에만 사력을 다한다. 물론, 시작 전 질문을 던진다. 이곳을 방문한 지 무려 2년이 넘었지만, 한결같은 물음이다.
“스타일, 어떻게 해드릴까요?”
“음, 지난번이랑 똑같이 해주세요.”
“음... 똑같이,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나는 조용히 휴대폰에 담긴 사진을 보여준다. 지난달에 커트한 직후 찍은 장면이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그 사진을 사장님이 자상하게 직접 찍어주셨다. 만족한 표정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다.
경건한 자세로 내 머리 두상 곳곳을 살핀다. 앞서 말했지만, 커트에 사력을 다한다. 무척 꼼꼼하다. 보통 남자 커트는 펌이나 염색을 하지 않는 이상, 30분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섬세한 작업 덕분에 한 시간 가까이 걸린다. 결과는 늘 만족이다. 모든 작업이 끝나면 말한다.
“고객님의 두상과 모질, 모발을 고려하여 페이드를 넣고, 자연스럽게 커트했습니다.”
한 달 만에 그를 만났다. 여전히 같은 질문이었고, 같은 행동으로 스타일을 요구했다. 총 작업시간 1시간 10분. 커트 완료 후, 스타일링을 하는 날엔 추가되는 시간이다. 오늘따라 더 멋져 보이는 나를 뽐내기 위해, 그에게 사진 촬영을 요구했다.
빙빙 돌아가는 의자를 여러 각도로 회전시키며 촬영하는데, 뭔가 모르게 지금 상황이 웃겼다. 우린 서로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참을 수 없었다. 결국 덩달아 함께 웃었다. '와, 이제 좀 가까워지겠구나.'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그는 다시 자세를 바로 잡았다. 곧 익숙한 한마디.
“고객님의 두상과 모질, 모발을 고려하여 페이드를 넣고, 자연스럽게 커트했습니다.”
아, 아직 멀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