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 싶은 게 있다면 바보가 되세요!

by 춘프카

1. 며칠 전부터 하루 종일 머릿속에 맴도는 여러 생각 중 하나가 있다. '어떻게 하면 강의를 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주제와 제목, 내용으로 구성해야 될까 자문하고 있다. 딱히, 분명하게 그려지는 부분은 없다. 다만 동기부여와 관련된 여러 책과 각종 기사, 강연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조던 피터슨 교수를 알게 됐다. 영상 제목은 '완벽히 해내지 못할까 봐 시작을 망설이는 당신에게'라는 문구였다. 전체 강의 중 일부 짧은 내용을 올려놓은 부분이었지만, 임팩트가 상당했다. 그중에서도 한 문장이 가슴에 콕 박혔다.


되고 싶은 게 있다면 바보가 되세요!


그 말을 듣고 와, 하고 감탄하는 와중에 분명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곧 수년 전 빈번하게 만났던 한 분의 대사와 피터슨 교수의 확신 어린 대답이 닮았다는 것을 느꼈다.


2. 날짜도 잊을 수 없다. 2006년 3월 8일 수요일 오후 2시 마산역 엔제리너스. 약속 전날 밤 친한 선배가 내게 '꼭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 있으니까'라며 약속 일정과 장소를 메시지로 남겼다. 당시 나는 스무 살이었고, 머릿속엔 사랑밖에 없었다. 드디어 때가 왔음을 직감하고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카락을 과감히 잘랐다. 그렇게 한껏 멋을 부리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시간보다 십분 일찍 도착한 나는 화장실을 수차례 드나들며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이내 창가 너머로 두 사람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창문에 이마를 대고 자세히 보려고 눈을 치켜세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점점 더 내 시야로 다가올수록 불안과 공포가 엄습했다. 선배 옆에 있는 사람은 아리따운 여성이 아니라, 몹시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저씨였다. 이건 꿈일 거라 중얼거렸지만, 그는 넌지시 웃으며 이미 악수를 건네고 있었다.


선배를 한참 노려봤다. "평소 진로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고민 많다고 했잖아.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제일 다양한 경험을 하셨고, 특별한 인생을 살아가시는 분이야." 다시 그를 쳐다봤다. 나이는 마흔 살,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때 당시 내겐 그저 지루한 이력일 뿐이었다. "한껏 멋을 부리셨네요."라고 말하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색한 만남이었지만 이후 그는 외모와는 달리 내가 그동안 만났던 대부분의 어른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우선 사려 깊었고, 스무 살 가까이 나이차가 있는 내게 한 번도 반말을 한 적이 없었다. 위태롭던 매 순간마다 그를 찾았고, 내 이야기에 한참을 귀 기울여주었다. 몇 년 뒤, 필리핀으로 정착하고 한국으로 오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메일을 통해 계속 서로 안부를 묻곤 했다.


3. 매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면 늘 그를 찾았다. 나는 특별한 재능도 없고, 공부를 무척 잘하는 것도 아니고, 외모가 뛰어나지도 않으며, 노래는 좋아하지만 가수가 될 정도는 아니고, 사람은 좋아하지만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 넋두리와 푸념 섞인 내 말에 그는 한결같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당장 시작해보라는 말과 함께 타인의 잣대나 평가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대화가 끝날 때쯤 늘 같은 말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바보라고, 어리석다고 말해도
신경 쓰지 마세요.


그리고 "청춘의 패배란,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것이에요."라고도 말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두렵고 불안한 시작이었지만, 한결 마음이 놓였다. 조금 부족하면 어때, 일단 시작해보는 거다. 심플하게. 그렇게 이십 대 시절 대부분을 살아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