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음(mm)악생활
진정한 대화의 기술은 적절한 곳에서
적절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어려운 것은
말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
적절치 않은 말을 하지 않고 남겨 두는 것이다.
_도로 시네빌
클럽하우스(줄여서 '클하')가 처음 나왔을 때 신기했다. 음성 소셜미디어라니. 얼마나 낯설고 신선한가. 더군다나 아무나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기본적으로 아이폰 사용자여야 되며, 기존 가입자로부터 초대를 받아야 참여할 수 있는 루트였다.
나는 새로운 무언가가 출현하면 곧잘 실행해서 몸으로 느껴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 조며 드는 날자 이조영 작가님께 초대장을 받고 가입을 성사시켰다. 호기심을 품고 개설된 방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초반에는 외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타국에서 생활하는 한인들이 모더레이터로 방을 개설하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도 빈번했다.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가끔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였고, 그곳에서 하는 이야기를 멀리서 열심히 듣는 일도 있었다.
아무리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해도, 하루 종일 오프라인에서도 청취자의 역할인데 온라인에서도 계속 경청만 하니까 지루해짐을 느꼈다. 용기 내서 손을 들고 말을 해봐야지,라고 다짐했는데 막상 선뜻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우선 그들처럼 현란한 말솜씨를 뽐낼 자신이 없었다. 간혹 춘프카라는 필명을 브런치에서 봤다며 먼저 스피커 요청을 하시는 모더레이터가 계셨는데, 그럴 때는 무척 당황한 나머지 어플을 끄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6월에는 카카오가 개발한 음(mm)을 만났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감탄사 '음...'에서 이름을 따왔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크고 작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클하에서 단련받은 프로경청러로써의 면모를 이곳에서 과시해야지 결심했다. 우선 유입되는 분들이 다양했고, 처음이라 그렇겠지만 정돈되지 못한 언어를 남발하는 이들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유익한 생각과 이야기를 다루는 곳도 많았고 무엇보다 음악 방송들이 다양했다. 잠들기 전이나, 아침 출근길에 듣곤 했다.
조금 달라진 환경이었지만, 여전히 내게 마이크는 무서웠다. 한참 고민 끝에 그냥 내가 만들고 싶은 방을 개설해보자고 판단했다. 그리하여 지난주 일요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제목은 심플하게 '글쓰기, 일상, 잡담'이라고 썼다. 단 한분만 들어와도 성공이라 여겼고, 동시에 그 한분이 들어오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 되지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업습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양한 이들이 찾아왔다. 워킹맘부터 동화작가, 출판사 직원, 성우를 꿈꾸는 응급구조사, 도서관 사서, 연극 대본 작가, 영어 선생님이지만 육아로 엄마의 삶에 집중하는 분까지 다양했다. 처음에는 내가 브런치 작가라고 소개하니까 "그럼, 썼던 글 하나 읽어주세요."라는 누군가의 질문을 받고 얼떨결에 쓴 글을 직접 낭독했다.
박수와 하트 이모티콘이 쏟아지자 괜스레 마음이 고무됐다. 이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참석하셨던 분들 모두 자신이 쓰고 있던 글을 돌아가며 읽기 시작했다. 시를 쓴다는 대학생은 담담한 어조로 읽기 시작하는데 마음이 쿵광거렸다. 그 외에도 모두가 전문적이지 않다, 라며 수줍게 읽어갔는데 참 좋았다.
이후 짧은 낭독회를 마치고 서로 공통 질문을 두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나는 모두에게 "서로 묻고 싶은 부분 있으시면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라고 말했지만 고요한 침묵 속에 무언의 눈치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그럼 제가 질문할게요. 서로 편하게 이야기 나눠요."라고 운을 띄우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날따라 인연이었는지 구성원들이 참 좋았다. 덕분에 거의 4시간 이상에 육박하는 토론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때 다뤘던 주제는 아래와 같다.
글쓰기 외 에세이 쓰는 법, 지극히 일상적인 고민, 자기 성장, N잡러와 사이드 프로젝트, 좋은 리더는 어떤 사람인가, 자기 앞에 놓인 벽(어려움)에 대해서
우리는 서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토론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다양한 견해와 생각을 존중했다. 참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첫 방송을 성황리에 마쳤다. 공포처럼 다가왔던 또 하나의 벽이 무너진 기분이랄까. 오랜만에 저릿했다. 앞으로 가제 '춘프카의 러프하게'는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방송을 시작한다. 꾸준히 매주마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주저함도 있지만.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니까. 다음 두 번째 시간에도 다양한 주제와 생각이 오갈 것이라 확신한다.
잊지 마라.
벽을 무너뜨리면 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