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 목, 토요일은 가족의 날이다. 그날에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미션은 일찍 귀가하는 것이다. 평소 업무 외에도 여러 회의와 상담들이 잔뜩 쌓여 있기 때문에, 그런 기준이 없으면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지는 게 현재 내 삶의 모습이다. 넋 놓고 있으면 새벽 1,2시가 넘어가는 것은 기본이니까.
작년,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아내는 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밖에서 일 보고 와."라고 말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견고 해지는 표정의 변화가 내겐 공포로 다가왔다. 서로 상의 후, 애초에는 목, 토요일 이틀만 정해뒀다.
화요일이 추가된 이유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딱 매주 화요일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 쪽에서 순대 파는 아저씨가 등장하는데, 맛이 죽인다. 특히 순대+곱창 볶음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 부부에겐 진심이다. 무척 진지하다. 그게 중요한 이유다... 물론 되게 바쁜 날에는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업무를 보곤 한다.
어찌 되었든 가족의 날 첫 번째 미션은 이른 귀가, 두 번째는 집안일을 돕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꼭 그날이 아니어도 설거지나, 분리수거 하기, 로망이(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러시안 블루) 똥 치우기 외 다양한 업무를 도맡았지만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넘길 때가 가끔 있으니까. 그리하여 가족의 날에는 대부분 대청소가 이뤄진다.
세 번째 미션은 아이와 함께 잠드는 것인데, 짜식이 아빠가 처음 등장하면 되게 반기다가 잠들려고 치면 엄마 옆에만 꼭 달라붙는다. 살짝 서운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덕분에 내가 주로 잠을 청하는 곳은 거실 소파다. 무척 외로워 보였을까. 나와 함께 낯선 광주에서 생활을 시작했던 우리 로망이는 내 배위로 올라와 애교 3종 세트를 선사한다. 그렇게 몇 번 쓰다듬다, 잠들곤 한다.
언젠가 유재석이 오늘 저녁은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 조세호에게 "가족과 저녁 약속이 있다."라고 말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특별한 말이 아닌데도, 괜히 혼자 감동받았다. 가족과 약속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에서 무언가 저릿했던 것 같다. 결국 내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은 사랑하는 그녀와 아들을 지켜가기 위함이니까. 그 원점을 잊지 말고, 금일 가족의 날을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