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이야기
지난 9월 24일 자 '글 쓰는 마음 뉴스레터' 도입 글입니다. -)
세상 모든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내겐 우리 이야기가 가장 아름다워
_영화 'UP'
몇 시간 뒤면 제주도로 떠납니다. 짧은 2박 3일 일정인데요. 한참 짐을 싸놓고서야 겨우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장황하게 밑밥을 까는 이유는, 제가 쓰는 레터가 조금은 두서없을 수 있음을 예고하기 위함입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먼저, 추석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어떤 풍경으로 짧고도 길었던 시간을 보내셨는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별다른 계획 없이,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어요. 2차 접종 후, 컨디션을 차근차근 회복하는 아내 대신 어설픈 요리를 준비했고요. 이제 막 16개월 된 아들과 단 둘이서 서점도 다녀왔습니다.
녀석이 주변 곳곳을 신나게 누볐어요. 시집부터 소설, 에세이, 부동산, 주식 등 종류를 막론하고 막 꺼내고 던지는데, 쫓아다니며 줍기 바빴습니다. 겨우겨우 이쁜 누나를 발견하고서야, 아이가 침착해지더라고요. 들고 있던 책을 그대로 바닥에 놓고, 한참을 쳐다보면서 무어라 중얼거리는데 '역시 내 아들이구나!' 했습니다.
식당도 들렸는데요. 이른 오전부터 조금은 초췌해 보이는 남자와 어린아이가 식사를 하고 있으니, 주인아주머니가 조용히 제 곁으로 다가오셨어요. "힘내세요. 씩씩하게 잘 살아가면 됩니다. 아들 계란 먹지요? 계란 후라이 서비스로 해드릴게요."
그때 당시에는 몰랐어요. 막상 이렇게 쓰면서 회상하니까, 무언가 마음이 저릿하네요. 제가 가엾어 보였나 봐요. 어쨌든 저와 아들은 씩씩하게 계란 후라이 3개를 다 먹어치웠습니다.
아이가 책만큼이나 흙을 좋아하는데요. 아파트 주변에 어르신들께서 심어놓으신 텃밭만 가면 고추, 가지, 상추 하나하나 직접 살펴보고 만져보고... 도통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더라고요. 고민 끝에 시장을 들렸습니다.
상추 씨앗을 사고, 크고 널찍한 화분도 구입했어요. 흙은 어디서 구하면 되냐고 여쭤보니까, 집 주변 산에 가면 있다고 하셨어요. 삽을 구해 뒷산을 올라 땋을 파기 시작했고, 집 주변 적당한 위치에 화분을 놓고 흙을 부었습니다.
마지막 씨앗을 뿌리는 일만 남았는데요. 여러 자문을 통해 배운 대로 작업하려 했지만, 신난 아들은 이곳저곳에 흩날리더라고요. 성공적인 작업은 아니었지만, 아이가 기뻐하니 그걸로 충분히 만족했어요.
물론, 틈틈이 글도 썼어요. 출간 준비로, 퇴고 작업에 들어갔는데요. 초고를 쓰는 것보다, 다시 읽고 수정하는 부분이 더 뭐랄까요. 깊은 과정이라 느꼈습니다. 배운 점도 많고요. 자세한 내용은 기회가 되면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