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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Oct 01. 2021

단 하나의 욕구, 끄적거리는 일

카페 '공백' 그리고 카프카와 무라카미 하루키

카페 '공백' 풍경


광주 남구 봉선동의 한 카페에 들렸다. 저녁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작년부터, 이쪽 부근에 자그마한 카페가 있는데 분위기가 근사하다는 정보를 곧잘 들었는데 매번 '한번 가봐야지'하면서도 정작 까먹고 돌아가기 일쑤였다. 다행히도 어제는 까먹지 않은 유일한 날이었기에, 조금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곳을 방문했다.


주인장은 느긋하게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의 고독한 시간을 우리가 깨트린 것 같아서 괜히 미안했다. 따뜻한 블랙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았다. 맞은편에 여러 서적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카프카'라는 책이 시선에 들어왔다. 


나는 춘프카니까, 읽어봐야지 하면서 혼자 히죽 웃었다. 아주 오래전 발행된 책이라 색도 바랬고, 특유의 향이 솔솔 풍겼지만 카프카를 더 깊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마음에 닿는 문장이 있었다. '끄적거리는 일을 단 하나의 욕구로 여겼다'는 문장이었고, 밑줄 그었다.


14년 동안 프라하의 보헤미아 왕립 근로자 사고보험회사에서 법률가로 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저녁이나 밤중에 <끄적거리는 일>을 <단 하나의 욕구>로 여겼었다.
불면의 밤을 보냈을 그의 모습도 그려졌다.


진작 올 걸 그랬다. 이곳엔 카프카도, 하루키도 적당한 조명에 맞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더할 나위 없는 근사한 하루의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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