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야기가 있는 브랜드로 만들자
의미부터 찾아봤다. '자신을 브랜드화하여 특정 분야에 대해서 먼저 자신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을 뜻한다. 그 출발은 '나에 대해 사전적 정의를 내리는 일'부터 시작된다.
《이태원 러브레터》저자 김정응 작가는 오랜 시간 '브랜딩'을 주제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유명하거나 특정한 누군가만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기 고유의 것을 가지고 승부를 보는 게 브랜딩입니다. 남들이 가진 걸 부러워만 하지 말고,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브랜딩은 왜 중요할까. 자신을 브랜드로 생각하는 순간 꿈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시작은 내가 되고 싶은 무언가를 상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자기가 되고 싶은 모습, 닮고 싶은 무엇, 바라는 바를 염두에 두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 곧 삶이자 퍼스널 브랜딩이다.
당신이 어떤 자리에 있든
상관없이 할 수 있다.
사람도 이름을 가진 이상 브랜드다.
부끄럽지만 내 소개부터 다시 살펴봤다.
매일 읽고 쓰는 사람. 일상과 사람과 문장을 수집한다. 강연 기획자, 언론단체 간사, 공중파 라디오 DJ, 칼럼니스트로 일했다. 현재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 9시에 출근해 18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이다. 마음의 결이 닮은 벗과 함께 ‘당신을 쓰는 밤’ 글쓰기 모임을 운영한다. 청춘의 아지트였던 헌책방 영록 서점 고) 박희찬 대표님을 인터뷰에 독립출판물 <헌책은 꽃보다 아름다워>를, 2021년 12월 첫 산문집 <유일한 일상>을 출간했다.
2010년부터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실은 처음부터 '춘프카'는 아니었다. 글쓰기를 막 시작했을 무렵, 고유한 정체성을 담긴 필명을 쓰고 싶었는데 마땅하게 떠오르는 바가 없었다. 당시 지근거리에서 나를 지켜보던 선생님 한분이 계셨는데 필명을 제안해주셨다. '송 난타'라고. 다소 경직된 내 표정을 읽으시고 의미를 말하셨다.
"'진실과 정의를 향해 글로 난타(마구 두드린다)한다'라는 뜻이다."
와, 짧은 감탄과 함께 나는 설득됐다. 이후 기명칼럼을 제외하곤 쭉 그 필명을 썼다. 이름대로 마구 날렸다. 가난을 증명하면 무상급식을 제공한다는 정치인부터, 유가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의문사로 처리되는 사건과 연관 있는 관계자 외 기업 등과 다퉜다. 이십 대 중반부터 삼십 대 초반까지 대부분 그런 글이었다.
이후 한참 지쳐 있었다. 더 이상 기사 따위 안 쓰겠노라 다짐하며 좋은 조건으로 이직했다. 09시에 출근해 18시에 퇴근하는 감사한 곳이었다. 텅 빈 집으로 돌아올 때면 마음이 더 울적했다. 그때쯤 브런치를 알게 됐다. 겨우 빈 페이지를 마주했던 날, 정작 쓸 내용이 없었다. 취재를 한 것도 아니고 마땅히 떠오르는 장면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가난한 마음을 썼다. 다행히 조회수는 낮았다. 쓰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3년이 더 지났다. 여름휴가 중에 평소처럼 과거 기억을 회상하며 글을 서둘러 쓰고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08시부터 이틀 후까지 알람이 끊이질 않았다. 낯선 이들의 사연이 댓글에 넘쳐났다. 나만 아픈 것이 아니었구나. 댓글을 읽는데 바보처럼 눈물이 나왔다. 약간 취해서 한동안 들뜬 것도 사실이었지만 금세 호흡을 바로잡았다. 매일 이렇게 '조폭'(조회수 폭발)할 순 없으니까. 그렇게 계속 썼다.
나를 있는 그대로, 계속, 꾸준히 기록하고 콘텐츠로 남겼더니 '춘프카'라는 필명이 여러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아직 유명하진 않지만, 매일 아침마다 포털에 필명을 검색하며 낯선 독자의 글을 마주할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운이 좋았다고 봐야 될까. 어쨌든 특별하지 않은 내가 계속 쓰다 보니 특별해졌다. 책도 출간하고, 좋은 작가님들도 만났고, 글쓰기 모임도 계속 운영하고 있고, 강연과 수업도 진행했다. 지난 1월 14일 실시했던 첫 북토크의 여운은 아직도 여전하다. 이렇게 나의 속도에 맡게 조금씩 '퍼스널 브랜딩'을 구축하고 있다.
내일 발행되는 2월 25일 자 팀라이트 뉴스레터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준 사람을 잊지 못한다.' 언젠가 읽었던 문장입니다. 운 좋게도 제 주변엔 그런 분이 많았어요. 협소했던 세계관을 넓혀준 이들 덕에 책과 영화, 사랑, 여행을 알게 됐거든요.
그렇게 저만의 독창성, 전문성, 차별점을 보여주고 공개적인 페르소나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물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고요. 그 과정들이 모여 '퍼스널 브랜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다. 그것들이 모여 나의 세계, 나만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더 선명한 색채를 띄고 싶다. 무엇보다 나도 감히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자신의 세계를 넓혀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생의 성공 여부는
온전히 개인에게 달려 있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브랜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