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를 맡고 있습니다
친구와 대화를 하다 주변에 알고 있는 친구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걔 있잖아, 걔. 근데 걔가 그런 일이 있었대." 라 말할 때 그 대상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누구인지 궁금해 묻곤 한다.
누구 말하는 거야?
어떤 이를 설명할 때 과연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친구인데 같은 반은 아니었고 친구의 친구로 몇 번 마주쳤거나 또는 같은 학교, 동네 출신으로 안면만 아는 경우. 그럴 경우 걔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학창 시절 나를 모르거나 걔라고 칭하는 친구들에게 나를 인식시키기 위해 옮기는 형용사로 "걔 있잖아 걔. 키 크고 얼굴 하얀 애."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걔 있잖아의 걔'를 맡다 보면 성격적 특징보다 눈에 띄는 외모적 특성을 말하곤 한다.
브랜드의 어원은 '불에 달구어 지지다'라는 뜻의 노르웨이어인 'brandr'에서 따온 말이다. 인두로 가축에 낙인을 찍어 소유물을 표시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짧은 시간에 나를 누군가의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한 어떤 것. 기억에 남게 하기 위해 브랜딩을 해야 한다.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좋을까? 이것이 바로 브랜딩의 시작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또는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라는 사람을 묘사하는 것이다. 학교를 벗어나 사회와 맞닿다 보면 취업시장에서의 브랜딩은 필수사항이 된다. 면접장소는 퍼스널 브랜딩이 드러나는 가장 중요한 자리다. 짧은 시간 내 나를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퍼스널 브랜딩으로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의 지원자를 보는 면접위원들에게 내 이름을 각인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나를 기억하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울 것이다. 면접이 끝나고 나면 나는 면접관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을까? 어떤 모습을 그들에게 각인을 시켰을까? 이때는 외모보다 전공, 경력사항, 업무에 도움이 될만한 취미 등으로 그들의 입에 회자될 것이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을 때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또다시 '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네가 걔구나. 거기서 인턴 했다는 걔.", "네가 걔구나. 얘기 많이 들었어." 등으로 말이다. 브랜딩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나 자신을 알리지 못하면 이름도 없이 '걔'라고 불릴 것이다.
'걔 있잖아, 걔' 중 '걔'를 맡고 있다. 나를 알리지 않으면 내 이름을 언급해도 누군가는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고 기억나지 않는다며 넘어갈 수도 있다. 퍼스널 브랜딩은 '걔'를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두리뭉실한 설명보다 기억에 남는 특징을 언급하는 것으로부터 말이다. "아, 저번에 키 크고 얼굴 하얗다고 했던 애?"라고 누군가가 말한다면 조금이나마 나를 브랜딩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을 담아가고 있습니다. 2월의 주제는 <브랜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