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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Oct 16. 2018

내 마음이 쓸쓸할 때

동네 걷기 예찬

[지난 일기]

자주 걷는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쓸쓸할 때, 잡생각에 머리가 복잡할 때, 그냥 정처 없이 걷는다. 한참을 걷다보면 마음이 개운해진다. 특히 차가운 밤공기를 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내게 ‘딱’이다. 귓가에 흘러나오는 노랫말에 흥얼거리며 뚜벅뚜벅 걷는다.
 
최근에는 함께 걷는 이가 생겼다. 집 주변 산책로를 몇 바퀴고 돈다. 걸음도 이야기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슬쩍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1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다. “내일 출근해야 되죠?” “괜찮아요. 더 이야기해요.” 그렇게 또 몇 번을 더 돌고난 뒤에도 못 다한 아쉬움은 ‘다음 시간’으로 미루며 우린 그렇게 헤어진다.
 
애잔한 이별과 함께 돌아서는 이는(이성이었으면 좋겠지만), 20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쭉 내 곁에서 힘이 되어준 ‘귀한’ 선배다. 참, 한결같은 사람. 철없던 스무 살 송00부터 지금까지 항상 내 말에 공감해주고, 웃어주고, 귀 기울여 준 사람. 내 말이라면 조건 없이 믿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올해는 참 녹록치 않은 해다. 누구보다 노력하는 사람인데, 세상은 그의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결과가 냉담하다. 알고 지낸 8년 남짓한 시간 중에 현재 모습이 제일 작아 보인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밤공기를 안주삼아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주제는 다양하다. 일을 논하고 사랑을 논하고 인생을 논한다. 가끔 특정 누군가를 씹기도 하고 남자 둘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고마운 남자, 물론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일 거다(특히 여자들 마음이 이해간다. 예를 들어 한참 통화하고 난 뒤에 “모자란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라는 상황).
 
글을 쓰고 나니 오늘도 왠지 걷게 될 것 같다. 둘만의 비밀을 블로그에 왜 올리냐 핀잔 받을까봐 살짝 겁도 나지만, 그래도 이해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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