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의 시선 3화 (기후 위기 앞에서)
안녕하세요. 선재입니다. 제법 선선한 날씨에 캠핑을 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픈 계절입니다. 길을 걷듯 숨을 쉬듯 당연시 됐던 계절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기후 변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날씨를 30년간 종합한 평균을 기후라고 부릅니다. 변화의 기류 속에서 한 개인이 던지는 시선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프로걱정러인 나는 최근 이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자금은 턱없이 부족한데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살고 싶어 어촌 일대의 땅을 알아보기도 하였다. 결국 앞서 살던 곳과 비슷한 빌라를 구했다. 로망이었던 바닷가 집은 깨끗이 포기했다. 뜨거웠던 열망이 식기까지 환경이라는 변수가 작용했다. 설마, 해수면 상승이라니. 여러 매체를 통해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대재앙이라는 문제를 접하게 되며 설마 하는 마음에 경종이 울렸다.
정말일까, 사실일까.
기후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1.5도씨 오르면 이젠 돌이킬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대로 온실가스와 탄소를 배출한다면 티핑 포인트(임계치)는 8년 뒤인 2030년이 될 것이고, 20년 이내에 1.5도씨에 도달한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 현재 티핑 포인트를 지나는 중일지도 모른다며 심각성을 알렸다. 뒤늦게 손을 쓴다 해도 지구는 자생적으로 열을 발생하는 ‘되먹임 효과’로 온난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라 한다.
1.5도씨 이상이 되면 북극에 이어 남극 빙하가 사라져 영구동토층이 드러나며, 해수면 상승으로 토지 손실 발생, 생태계 파괴, 에너지난, 식량난을 겪는다는 게 기후 위기 시나리오이다. 에너지난과 식량난으로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들려온다.
야단났구나 싶어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전했다. 주변의 시선은 따가웠다. 그들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아무 일도 없다고,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설령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우리 세대는 별문제 없으니 괜찮다는 것이다.
그게 괜찮은 것인가? 정말 그게 괜찮은 것일까? 자연히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가 살아갈 텐데, 그들은 어찌 돼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아직 어린 조카들이 아른거린다. 사랑스러운 조카들. 내게 자식이 있었다면 적어도 내 아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반론했을 것이다. 당신은 자식이 없느냐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모두 자식이 있다. 그저 만사 피곤하다는 듯 대충 살자는 뉘앙스였다.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이런 반응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인정하자. 우리는 나 아니면 된다는 식의 개인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 나 역시 기후 문제를 염려하지만 우리 세대까지는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사고를 가졌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매일 아무렇지 않게 플라스틱과 비닐봉투를 사용하며 전기와 가스, 석유를 사용한다. 정부 정책과 대기업의 강력한 규제가 먼저 시행되어야 하지만, 우리의 인식 변화와 실천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쉽지 않으리라. 어느 시점에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죠?
우리는 기후 위기를 이미 겪는 중이다. 전 세계는 살인적인 폭염과 가뭄, 태풍과 홍수가 발발하였다. 유럽은 45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사망자가 급증했으며, 파키스탄은 대홍수로 국도 3분의 1이 잠겨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영국의 경우 여름 평년 기온이 20도로 선선했던 탓에 에어컨 보급률이 전체의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일수록 막대한 피해로 고통을 호소하였다.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다. 우리가 내보내는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에 균형을 이루어 영(zero)으로 만들자는 선언이다. 탄소 흡수를 위한 여러 기술적인 시도와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 기술적 한계는 결국 우리 개개인의 몫인 것이다.
올해 갖은 기상이변으로 각종 매체에서 비중 있게 다루며 사람들의 인식도 점차 변해가는 중이다. ‘저탄소, 저에너지’ 는 우리가 해나가야 할 기후행동 슬로건이다. 비록 바닷가의 전망 좋은 집을 포기했더라도, 이미 조타수를 잃어 난파선이 되었을지라도, 기후행동 변화는 시작됐다.
당신과 나의 이야기 | 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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