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밤 친구와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삶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위로했다. 이불을 펴고 누웠다. 리영희 선생님의 <대화>를 마저 읽다가 잠들었다. 오랜만에 알람을 켜둔 시간보다 일찍 깨어났다. 서둘러 씻고 정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왁스를 양손에 듬뿍 바르고 포마스 스타일을 연출했다. 잠들어있는 친구가 아껴둔 향수도 슬쩍 뿌렸다. 이불을 개고, 조용히 집 밖을 나왔다.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션을 찍었다. '부산 해운대 000번지'. 한 시간은 더 걸리는 거리였다. 정확히 07시 31분에 출발했다. 해운대 부근 약속 장소로 도착하니 09시 20분이었다. 그럼에도 약속시간까지 한 시간은 더 남아 있었다. 날씨가 추워서 인근 카페를 찾았지만 눈에 띄는 곳이 없었다. 하는 수없이 주변을 서성이다 인터뷰를 시작했다. 애초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더 길어졌다. 함께 점심식사까지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마저 끝내고 나오니 오후 2시가 넘었다.
광주 집으로 찍었더니 4시간 가까이 예상소요시간이 산출됐다. 역시 멀긴 멀구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하는 내내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어'와 세바시, 인문학 강연 등을 연달아 들었다. 중간중간 안부전화를 부지런히 받았다. 장거리 운전은 익숙했다. 광주까지 체감하는 거리는 결코 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아이를 만났다. 짧은 출장의 순간을 읊었다. 아이는 지루한 아빠 얘기보단 함께 블록을 쌓고 책을 읽는데 더 관심이 있었다. 아이를 따라 놀았다. 씻기고 잠드는 순간을 지켜봤다. 아내와 <카지노> 8화를 시청했다. 다음화를 이어볼 수밖에 없는 몰입과 연기에 그저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