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과 특별함의 경계
기인(奇人). 뭔가 다른 구석이 있다. 가끔 기이한 행동이나 독특한 언행들을 일삼는다. 사전적으로 '보통 사람과는 다른 이상 야릇한 사람'이라 규정한다. 나는 간혹 일상에서 그런 이들을 발견하면 조용히 환호성을 외친다. '특별한 사람을 발견했다!'
11월 주제 '기인(奇人)'을 마주하며 무슨 이야기를 풀어내야 될까 잠깐 고민했다. 먼저 나는 그 분류에 속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봤다. 우선 심각할 정도로 특이한 행동을 보인 바는 없다(고 믿는다). 굳이 기억을 떠올려보면 이십 대 내내 '무모하다'거나 '어리석다'는 핀잔을 종종 들었다.
달랑 책 한 권을 읽고 그동안 배웠던 것들을 모두 버리고 진로를 정한다거나 또 여행에 빠져 작고 소중한 월급 등을 남김없이 탕진했던 일. 독립출판이란 말이 전무하던 시기, 스스로 첫 인터뷰집을 구성하고 원고를 써서 세상에 내놓는 과정 등에서 주저함 없이 행동할 때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이 외쳤다.
반면 좋아하는 언론사 선배로부터 "넌 특별함을 더 찾아야 돼"라는 말도 들었다. 그는 이어 "생각이나 태도는 좋지만 글에 특별함이 더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 한마디가 가슴에 남아 둥둥 떠다녔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난 지금도 온전히 그 특별함을 찾았다, 이해했다고는 말 못 하겠다. 그럼에도 어렴풋이 스스로 느낀 바는 대단한 방법이나 기술로 찾는 과정이 아니라 매일 살아가면서 같은 일(글쓰기 등)을 반복하고 진심을 다하는 과정이 모여 적절한 때 특별함으로 반짝거리지 않을까, 그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활자로 돼 있지 않은 세상을 활자로 옮기는 일을 하면서 '기인(奇人)'을 종종 만난다. 그들은 어떤 면에선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별함이 보인다. 낮에는 환경미화원에서 밤이면 시인으로 삶을 노래하는 사람, 수년째 치른 공무원 시험에서 연거푸 낙방해 우울감에 젖던 이가 낡은 배낭 하나를 메고 세상을 여행하는 모습에서 어리석지만 근사한 용기를 마주한다.
덕분에 나도 따라 용기를 내본다. 낮에는 기자 밤에는 에세이와 소설을 쓰는 작가. 그렇게 살아가겠다고, 물러서지 않고 언젠가 내게 조언해 준 선배에게 '특별함을 이제 찾았습니다'라고 보고할 수 있도록. 그럼 그 선배는 내게 말하겠지. '특별한 사람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