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0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대부분 무명이었다.
늦은 새벽까지 고심하며 쓴 글에 반응은 미온적이었고, 댓글 한 줄조차 발견할 수 없는.
언제쯤이면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이왕이면 내가 쓴 글이 바쁜 일상을 잠깐 멈추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자주 그렇게 생각했다.
2.
그럼에도 무명이니까 가능한 글을 썼다. 기사 한 줄, 읽다 마음이 동한 문장,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을 썼다. 내가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 가족에 대해서도 썼다.
3.
계속 쓰는 나날이 이어지면서 차츰 내 삶을 보다 깊은 의미로 재해석해 볼 수 있었다.
그저 실패라고만 여겼던 일이 지금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그 덕분일까. 실패가 덜 두렵다. 못난 글을 쓰는 게 하나도 안 쓴 날보다 낫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단한 성공이나 수려한 문장을 뽐낼 순 없지만, 진심을 담아 꾹꾹 눌러썼다. 어쩌면 나와 똑 닮은 당신을 만나는 그날을 고대하면서.
4.
힘센 시간을 지났다. 무명작가로 13년이 지났다. 여전히 빈 페이지를 대면하는 일은 녹록지 않지만 예전처럼 외롭진 않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오면서 겪은 일과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는 소중한 분들이 생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