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이 처음 신문지면에 기재되던 순간을 기억한다. 감동적이었다. 잊을 수 없는 그때의 떨림. 원고 10매 정도 분량이었는데 신문사에 송고하기까지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물론 주제를 정하고 자료와 취재를 하는 것은 별도로, 온전히 글을 쓰는 데만 걸린 시간이었다. 어떤 날은 대낮에 점심도 거르고 글 쓰는데 몰입하기 시작했는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수정하기를 반복하다 이 정도면 되겠다 싶어 고개를 들었더니 캄캄한 밤이었다. 시계는 새벽 2시를 가리켰다. 그 순간도 잊을 수 없다. 글을 쓰는데 이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는 내가 고마웠다. 그날따라 별은 유독 반짝였다. 형편없는 실력을 갖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절박한 심정으로 노력하는 게 전부였다. 엉덩이로 글을 썼다. 그리고 신문에 기재된 칼럼은 격려 어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사건 이후로도 종종 글을 쓸 때면, 한참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은 내게 익숙했다.
하지만 최근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순간순간 스치는 것이 무엇이라도 있으면 쓰기 바쁘다. 몇 번 읽어보고 맞춤법 검사기를 통해 검열 후 곧장 올린다. 물론 매일 글을 쓰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고민이 많다. 과거와 지금의 업무나 환경적인 요인들이 달라졌다는 핑계는 대고 싶지 않지만. 쉬운 글은 나를 두렵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