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칼럼 - 강원국의 글쓰기에 관한 글쓰기
오늘 점심은 대강 해치웠다.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는 짬을 내 글을 읽었다. 좋은 칼럼을 발견했으니까. 한겨레 신문에 기재된 강원국 작가의 칼럼이었다. 제목은 <글쓰기가 두려운가요?>. 매번 빈 페이지를 마주할 때마다 다가오는 내 심정을 대변하는 질문이었다. 특히, 업무도 바쁘고, 퇴근 후에도 일정이 빡빡한 날에는 더 두렵다. 그 덕분에 깊이 몰입하여 읽었다. 내용은 조금 길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피식거리며 웃길 반복 했다. 강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글쓰기 두려움을 이기는 법은 오랜 화두다. 기업에서 17년, 청와대 8년, 그리고 이후 줄곧 글 쓰는 일을 하는 나도 글쓰기가 두렵다. 나만큼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써야 해서 쓴 사람도 드물다. 소설가, 시인도 글쓰기가 두렵겠지만, 그런 두려움은 엄살이다. 안 써도 될 것을 사서 쓰면서 죽는소리하는 것이다. 누가 쓰라고 했나? 어쩌면 설렘을 두려움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정래 선생님도 자신의 글쓰기 책에서 <황홀한 글감옥>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는 결코 황홀해 본 적이 없다. 쓸 때마다 두려웠다. 그런 두려움 극복법을 15분짜리 강연 프로그램에서 말한 적 있다. 오해하지 마시라. 오늘 얘기는 그 재탕이 아니다. 그때 미처 알지 못했던 얘기다.
다행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수십 년을 썼던 분도 늘 어렵구나. 다음 내용에서는, 글쓰기가 두려운 이유는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첫 문장을 언급했다.
글쓰기가 두려운 이유는 많지만, 대표적인 게 첫 문장의 공포다. 엄밀히 말해서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 다시 말해 첫 문장 쓰기 전이 가장 두렵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듯 글쓰기 직전, 뇌는 마지막 발악을 한다. 어떻게든 안 써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방법은 기습적으로, 무턱대고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선조들은 어찌나 지혜로운지, 확실히 시작이 반이다. 공부하기 전이 힘들지 막상 책상에 앉으면 마음이 편하다. 글쓰기는 특히 그렇다. 나는 글의 첫 문장 유형 십여 가지를 알고 있다. 그것으로 돌려막기 하며 시작한다. 굳이 내가 알려줄 필요가 없다. 소설이나 칼럼 첫 문장 쉰 개만 수집해서 유형화해보면 알 수 있다. 그들도 돌려 막기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유용한 팁을 얻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과 칼럼 첫 문장을 쉰 개정도 수집해야겠다. 글 쓰는 데 훨씬 더 수월할 것 같다. 또, 글 쓰기는 혼자 하면 두렵다고 썼다. 글동무 만들기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강 작가님은 자신의 글동무 세 친구를 소개했다. 첫 독자인 아내 그리고 남의 글이 두 번째 동무였다. 마지막 친구는 글쓰기 관련 책과 강연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벌써 그 세 친구를 다 얻었다. 투정 부릴 때가 아니구나. 괜히 웃었다. 이렇게 또 힘을 얻고 간다. 늘 처음이니까. 두렵지만 끝까지 쓰자. 무엇이라도 좋으니 끝까지 쓰자.
마지막 작가님의 맺음말을 끝으로 기록을 마친다.
간절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글을 써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면, 그런 꿈이 있으면 글쓰기가 두렵지 않다. 또한 글을 안 쓰고는 도저히 버텨낼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면 누구나 글을 쓴다. 글쓰기가 두렵다면 아직 당신은 살 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