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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프카 Feb 28. 2019

좋은 책(같은 사람)을 찾는 이유

평생 읽고 또 읽어도 좋은,

기억을 더듬어본다. 2010년 어느 초가을이었다. 그때 나는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색한 민간인이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일들은 많은데, 무언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는 처지였다. 그래서일까.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은 특별한 무언가(혹은 공간)을 찾고 싶었다. 무언가 절박했다.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고 있을 때, 신기하게도 누군가의 소개나 정보의 의존 없이 그 특별한 장소를 발견했다. <영록 서점>. 헌책방이었다.


집과 가까운 동네는 아니었지만, 몇 차례 들락거렸던 동네였는데 이러한 헌책방을 왜 이제야 발견했는가 하면,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간판이 없었고(지금은 다행히도 있다), 진짜 아는 사람 아니고서는 찾기 어려운 시장 어느 한쪽 구석의 낡은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2층의 입구를 들어서기도 전부터, 낡은 고서적들은 밖으로 삐져나와 나에게 인사했다. 낡은 문을 삐걱거리며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책을 본 것은 현재까진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세월과 함께 자리 잡은 책들이 스스로 벽을 만들고 길을 열었다. 그뿐 만이 아니었다. 굉장히 큰 평수의 헌책방이었는데, 곳곳에 낡은 스피커로 김광석 그리고 유재하 님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심지어 LP판이었다. 얼마나 행복했던지, 나는 바보같이 하하 거리며 웃어버렸다. 그때 저 멀리서 희미한 모습, 마치 한 마리의 곰 같은 형채가 내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여기(헌책방)에 동물도 키우나...?'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다행히도 그 곰은 이곳의 사장님이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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