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종종 아이들이 책을 보는데 그림만 본다고 걱정하는 엄마들의 얘기가 들려요. 제가 작가 한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미 그림책으로 유명한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분인데요.
그분의 책에는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형, 너와 나 등등 인물을 잘 묘사한 책들이 많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이 살아있고, 등장인물 관계의 감정 묘사가 너무 잘 되어있습니다.
어릴 때 책으로 수업하는 놀이 학교를 1년 가까이 다니며 앤서니 브라운 책을 많이 봤던 둘째 시훈이는 그 때의 좋았던 감정들 덕분에, 이젠 자주 보지는 않지만 여전히 이 책들을 좋아합니다.
아마도 아이가 클 때까지 저도 버리지 못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어른이 봐도 너무 괜찮은 책이기 때문이지요.
앤서니 브라운 책이 좋은 점은 아이들 책 같지만 사실 누가 읽느냐에 시각, 감정들이 다르고,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래서 저도 반한 책들이라 시훈이가 5세 때 하나하나 사들였어요. 앤서니 브라운 책 중에서 고릴라와 동물원이라는 책도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건 역시나 돼지책 일 거예요.
돼지책에는 엄마의 역할이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습니다. 엄마라면 이 책을 보고 공감을 못하는 분들은 거의 없으실 거예요.
각자 가족들의 역할과 한 여자에서 엄마로서의 삶이 주는 힘듦을 웃음과 진한 감동으로 진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에요. 그래서 공연으로도 많이 다루고 있죠.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동화책에서는 진한 느낌을 준다기보다 너무 뻔한 교훈적인 말로 끝나는 동화가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앤서니 브라운의 책들은 글이 굉장히 많은 것도 아니면서 그림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책을 보고 나면 바로 덮어지지가 않지요. 유머도 있고, 감동도 있고, 그림이 너무 훌륭해요. 특히 앤서니 브라운의 책들은 그림을 정말 유심히 잘 봐야 해요. 그림에 숨겨져 표현된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요.
어떤 장면에선 정답을 주지 않아서 한참 생각해야 하고 여전히 답을 모르겠는 것도 많아요. 이렇게 책의 그림을 보다 보면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 동화는 그 정도로 그림의 수준이 높은 책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앤서니 브라운 책을 읽다 보면 한 권 가지고도 서로 깔깔깔 그림만 보면서 한참 얘기하다 한 권도 다 못 보고 끝난 적도 많아요.
예를 들어 윌리의 신기한 모험 같은 경우는 페이지 한 장 한 장마다 모험이 펼쳐져요. ( 책의 일부인데 여러분도 상상하며 읽어보세요^^)
이 문을 통과하면 모험이 시작됩니다~
그림을 클릭해서 상상해 보세요^^
그림을 클릭해서 상상해 보세요^^ 설마 토끼는 아니겠죠? ㅎㅎ
앤서니 브라운 책에는 가끔 힌트들도 있어요. 윌리의 신기한 모험 책은 사실 한 장면 한 장면이 기존의 명작들을 패러디 한 거예요. 마지막 페이지에 윌리가 들고 있는 책이 그 명작들이지요.
책의 구성이 너무 기발하고 그림도 뛰어나기 때문에 책에 더 푹~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보통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책을 그림만 보면 책을 읽은 것 같지 않아 불안해하죠. 글자도 읽으라고 강요하고요.
부모들은 아이들이 책으로부터 지식 적인걸 얻기 위함이 마음속에 깔려있기 때문이에요. 책에서 주는 교훈도 얻었으면 좋겠고, 주인공이 느끼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죠. 그림만 보면 알 수 없다 생각하니까요.
저 역시 큰아이가 어릴 때 시행착오를 많이 해서 잘 몰랐을 때는 그냥 많은 책을 읽는 게 좋은 줄 알고 많이 읽어주려고만 했어요. 그러다 보니 중간에 한참 읽어주는데 애들이 말을 계속 걸면 짜증이 나더라고요.
빨리 한 권을 끝내고 다음 책을 읽히고 재우는 게 저의 목적이고 아이들은 그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으니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달랐던 거죠. ㅎㅎ
그러다 보니 어느 날은 너무 귀찮아서 엄청 빨리 읽어주고 넘기니까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왜 그렇게 빨리 읽냐고 하는 거예요. 아이들은 엄마의 목소리에 맞춰 글을 듣지만 그림을 보면서 상상하고 있던 거였어요.
그런데 그림을 볼 시간을 안 주니 아이들도 짜증이 난 거죠.
사실 이론적으로 6세까지는 상상력이 폭발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글을 너무 빨리 가르치면 안 되는 게 맞아요. 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상상력이 더 뛰어난 이유이죠.
사실 아이들은 놀이와 책을 볼 때 상상력은 커져요. 그래서 10살전 아이들 교육은 놀이가 전부라고 하는 겁니다. 큰아이는 남들 소리에 의존해서 불안한 맘에 5세 후반부터 한글 학습지를 넣어줬는데 둘째는 책을 좋아해서 책과 유치원에서 교육받은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한글을 뗐어요.
억지로 시작할 필요가 없었는데 확실히 상상력이나 창의력에선 둘째가 더 뛰어납니다. 역시나 첫애는 부모의 마루타ㅜㅜ 그런데 이쯤에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식을 넣어주는 것이 목적인지, 아님 정말 아이들이 책을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게 목적인지 냉정하게 스스로 질문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 책을 좋아해 주길 바라서 습관을 들여주면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지식을 빨리 습득하기 위함이 더 클 때가 많아요.
그 이유는 책을 읽고 엄마들은 그 내용을 이해했는지 꼭 느낌을 물어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원하는 대답을 끌어내기 위해 설득해요.
책과 같이 오는 부록의 독후 활동을 끝내거나 수업이라도 붙여야 책을 정말 잘 읽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죠. 그건 책을 읽은 게 아니라 지식 습득 공부를 한 겁니다. 전 사실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록이 있어도 귀찮아서 하지 못했던 엄마예요.
그런데 책은 정말 책답게 읽어줘야 하겠다고 생각한 시점이 시훈이가 5세 때 다닌 놀이 학교에서 앤서니 브라운 책을 알게 되면서부터였어요. 물론 다른 책들도 많이 봤고, 앤서니 브라운 책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책으로 놀이하며 읽어서 그런지 현재 영어 집중 듣기 책을 볼 때나 처음 보는 책을 읽기 전 항상 그림을 먼저 다 보고 무슨 내용인지, 이 책이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 그림 으로 판단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글을 읽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사실 그림이 아주 뛰어나지 않아도 어떤 그림이든 다 호기심을 보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수준 높은 그림을 많이 보여줄 때 관찰력이라는 것이 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시훈이는 관찰력이 정말 뛰어나요. 일단 제가 보지 못하는 미세한 것을 정말 잘 찾아냅니다. 이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은 아니지만, 시훈이가 종이접기를 잘하게 된 것도 그림을 잘 관찰하는 것이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돼요.
평면의 그림을 보면서 스스로 입체적인 그림으로 상상하며 만드는 것 자체가 그림을 유심히 잘 봤던 영향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관찰력이 뛰어나다 보니 그림에서 미세한 걸 발견해서 종이접기도 섬세해지고요.
그러니 아이가 저학년이 넘어가는데 그림만 많이 봐서 불안하다면 2가지로 생각해 보세요. 아이가 읽을 환경은 만들어 주지 않으면서 매일 몇권씩 정해진 분량을 읽게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그림이 좋아서 그러는 건지요.
만약 후자라면 굳이 즐기고 있는 아이에게 글도 보라고 하지 말고 그 시간을 즐기게 두세요. 오히려 책이 싫어질 수 있어요.
전자라면 차라리 부모가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주세요. 아니면 그림에 대한 내용을 말하면서 " 봐봐~ 여기 밑에 그렇게 쓰여있네~" 하며 슬쩍 그 문장들을 손으로 짚어서 시야를 글 쪽으로 끌어서 보게 하거나 엄마가 그 부분만 읽어줘 보세요.
저도 가끔 그렇게 하면 아이는 어느새 그 문장을 읽고 있을 때가있긴 하지만 보통은 그냥 저는 방해꾼일 뿐이에요. ㅎ
제가 하는 이 방법이 꼭 맞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저는 여전히 아이들이 그림을 더 많이 보는 것을 찬성합니다.
어차피 그림을 많이 보는 것도 때가 있고, 글자를 보지 말라고 해도 읽어야 할 날이 앞으로 평생이기 때문이죠.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건 부모 노력이 필요하지만 경쟁적으로 권수 늘리기에 급급해 하루에 책을 많이 읽은 날이 뿌듯하다면 그건 그냥 부모 만족 일 수 있습니다.
유명한 얘기로 유대인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책을 처음 줄 때는 책에 꿀을 바른다고 해요. 뇌로부터 책이 달콤한 것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죠.
하지만 우리는 너무 어린아이들에게 책을 지식적인 습득을 위해서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