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왜 오는 걸까?

by 작가블리스


사실 나의 큰아이는 3학년 때 여름쯤 이른 사춘기가 왔었다. 남자아이를 키우지 않으면 모를 정수리에서 고약한 냄새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나도 남자 형제가 없었기에 처음 겪는 아들의 성장과정이 때로는 나를 어려움에 빠뜨리곤 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워서 신랑한테 말하니 신랑은 아니라고 했다.


역시나 많은 시간을 붙어있는 게 아닌 신랑은 눈치챌 리가 없다.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혼자 고민하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남자아이들이 급격한 성장이 오기 시작할 때 정수리에서 냄새가 난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그리고 아이의 말투나 행동이 조금씩 반항적인 뉘앙스를 풍기기 시작했다. 이때쯤 나는 큰아이에게 사춘기가 왔다는 것을 짐작했다.


처음엔 성조숙증일까 봐 겁났다. 성조숙증이 오면 키가 많이 크지 않기에 조심해야 한다. 보통은 여자 엄마들이 성조숙증이라고 의심하지 남자아이를 둔 엄마들은 그 부분에서 사실 좀 둔감한 편이다. 우리 아이들이 둘 다 생일이 늦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여아의 경우 만 9세 이전, 남아의 경우 만 10세 생일 이전 증상이 있어서 검사를 하는 경우는 의료보험 적용이 된다고 한다.


다행히 의료보험을 적용받아 검사를 했는데, 신체상으로 봐서는 성조숙증은 없으나 피검사의 호르몬 수치로는 급격히 는것이 맞다고 하시면서 완전한 사춘기까지는 아니어도 호르몬의 변화가 있는 것은 맞다고 하셨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호르몬이 이렇게 급격히 늘면 키가 아주 크기는 힘들 거라고.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너무 아이를 어른처럼 대했나? 내가 너무 의지했나?? 별별 생각이 다 들면서 내 탓 같았다. 도대체 이 사춘기는 왜 오는 걸까? 호르몬이 급격히 분비되면 일단 성장을 크게 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면서 자기 자아도 강해지고 생각도 많아지면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부모와 부딪히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던 지각대장 존이라는 책이 있다. 이 작가는 학교의 부조리를 이 책으로 비판했다. 이 책에서 주인공 존에게 매일 신기한 일이 발생하면서 지각을 하게 되는데 선생님은 존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매일 벌을 준다. 학교를 가다 하수구에서 악어가 나타나 존의 책가방을 물어뜯고 책가방을 가져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존은 자신의 장갑 하나를 던져 책가방을 구하고 지각했다.


하지만 선생님께 솔직히 얘기한 결과는 "이 동네 하수구엔 악어 따위는 살지 않아! 넌 나중에 학교에 남아서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를 300번 써야 한다"라는 선생님의 꾸지람뿐이었다.



또 하루는 덤불에서 사자 한 마리가 나오더니 존의 바지를 물어뜯었다. 나무 위로 올라가 사자가 갈 때까지 기다리느냐고 지각했지만 역시나 이 날도 선생님은 믿어주시지 않았고, 다시는 사자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구석에서 400번 소리 내야 했다.


이렇게 매일 존에게는 믿기지 않는 이상한 일들이 생기면서 지각을 하게 되고 선생님 또한 더욱더 화가 나 반성문의 강도를 더 높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존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다행히 지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선생님이 털북숭이 고릴라한테 붙들려 천장에 매달려서 빨리 자기를 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존이 한말은 "이 동네 천장에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 선생님" 이었다. 반성문 300번에서 500번까지 부당하게 늘자 우리 아이들은 너무 화가 났지만, 내가 그림책 속 선생님처럼 소파에서 길길이 날뛰며 실감 나게 읽어줬을 땐 아이들은 너무 재밌어했다.


그러나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우리 셋 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각자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통쾌하다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통쾌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든 생각은 선생님이 그동안 존의 말을 믿지 않은 걸 미안해할까? 아님 선생님인 교육의 권력자에게 존의 행동을 괘씸히 생각했을까였다. 보통학교뿐 아니라 아이들을 키울 때 이런 경우가 많다.




난 이 책에서 사춘기의 아이들도 결국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믿어주지 않을 때 아이들은 그것이 억울 한 거다. 큰애가 3학년 여름 때 일이다. 큰애는 3학년 때 수학 학원을 보내지 않고, 집에서 연산지 1장과 교과 문제집 1장씩을 매일 풀렸다.


그런데 틀린 문제 설명을 잘 듣던 녀석이 점점 행동에 날이 서기 시작했다. 자기만 문제 푸는 게 억울해서 그런 건가 싶어서 동생도 1학년 때 연산 한 장씩을 똑같이 풀게 했다. 짜증이 늘기 시작해서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소리를 지르며 울고불고 할 거란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틀리거나 모르는 문제를 자기가 물어봐놓고 엄마가 가르쳐주려고 하면 틀린 게 짜증 나는 건지, 아님 동생한테 창피한 건지, 엄마에게 배우는 게 자존심 상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짜증과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꼭 이런 게 아니더라도 한번 짜증을 부리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때마다 눈빛은 거의 중학생 남자아이의 반항아 같아 보였다. 아이 같아 보이지가 않아 무서웠다. 난 매일이 살얼음판 같았고, 잘 지내다가도 어느 순가 부딪히면 애도 나도 서로 눈치를 봐가며 신경전을 벌였었다.


중간에 끼인 둘째는 눈치만 보며 나에게 더 이쁜 짓만 하려 하니 큰애는 둘째가 더 꼴보기 싫었을거다. 매일같이 신랑에게 전화하고 밤에 퇴근하는 신랑을 붙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하소연하고, 몇 날 며칠을 속상해서 울었다. 매일 육아독박이니 우리 셋의 숨 쉬는 공기는 늘 똑같았다.



차라리 가족이라도 더 있으면 이럴 때 다양한 방식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키기라도 했을 텐데 둘째가 학원을 거의 안 다녔을 때라 큰애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아빠한테도 아이는 마찬가지였다. 아빠는 엄마 편만 드니까.... ( 이런 것들 때문에 육아책을 읽히기 위해 노력했다 )


그러면서 내 눈빛은 점점 못 믿기 시작했다. 큰애의 행동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또 언제 그럴지 모를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을 거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 후회되지만 화가 나서 신랑에게 통화하며 태후니 들으라고 더 크게 말한 적도 있다.


말하자면 끝도 없을 내 인생에 가장 큰 전쟁과도 같았던 3개월이었다. 어린 10살짜리도 이런데 나중에 중, 고등 때 사춘기가 온다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서 한동안은 사춘기에 대한 글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사춘기라 하면 너무 큰아이들 대상으로의 이야기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쓴 방법은 최대한 부딪히지 않고 기다리는 거였다. 문제집을 풀어놓으면 채점만 해놓고 틀린 부분 페이지를 펼쳐놨다. 말을 많이 섞지 않았고, 동생 앞에서 형아를 더 많이 치켜세워주고 모든 말을 더 적극적으로 들어주고 믿어줬다. 다시 예전에 아기 때라 생각하고 물고 빨고 안아줬다.


태후니는 서서히 다시 예전처럼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와 거의 붙어있는 동생이 많이 미웠던 것 같다. 그런데 자기는 투정을 부리면 애라고 생각 안 해주고 자신이 마치 변명하는 것처럼 듣는 엄마를 보면서 동생도 밉고 엄마인 나도 미웠을 거다. 호르몬의 변화도 한몫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더 투정 부린 건데 엄마의 눈빛과 행동이 자신을 믿어주지 않아던 것이 쌓여 화가 난 것이다. 지각대장 존의 마지막처럼 그럴 때마다 난 큰애의 입장이 아니라 내 입장에서만 괘씸하게 아이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믿었던 아이라 나도 책임을 주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던 것 같다. 결국 서로에 대한 오해도 풀리고, 우리는 믿음이 더 단단해졌다.




사실 나는 학창 시절 사춘기가 오지 않았다. 누구나 사춘기를 겪는 건 아니다.. 부모와 주변에서 나를 믿어주면 사춘기는 가볍게 지나가거나 오지 않는다. 친구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거친 입놀림을 하는 것도 일종의 사춘기라 치부해 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그건 범죄일 뿐이다.


보통은 자신은 다 자란 어른 같은데 자신의 사고방식을 인정해 주지 않고,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들을 내뱉으며 대화가 통하지 않는 어른들이 답답하게 느껴져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공부를 못하면 그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 공부 안 하면 도대체 뭐가 되려고 저러냐고 자신을 믿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내가 맞는다는 걸 외치는 게 바로 사춘기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들이 책을 그림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