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돈을 어떻게 벌었을까? 하루아침 돈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다들 망해 보기도 하고, 세상을 등지고 싶을 만큼 지극히 가난하기도 했다. 돈이 조금씩 벌리기 시작하는 순간이 왔을 땐 악착같이 모았다. 그 모인 돈으로 사업을 하기도 하고, 투자도 하며 그렇게 부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악착같이 모을 때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였을까? 베풀지도 않고, 자기밖에 모르고, 기본 상식도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돈을 못 모으는 사람들은 그놈의 착한 척이 문제다!! 조금 벌기 시작하면 가진 것도 없으면서 각종 행사는 다 챙기고, 남들이 하는 건 다 해야 하고, 밥값 내는 건 당연하고, 부모님께 용돈도 팍팍 드린다.
지금 하는 것들이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여유 있어 보이고, 사람 좋아 보이고, 배려심 있으며, 효자, 효녀다. 그런 사람들은 나의 상황보다 남의 눈에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고 기분 좋다.
하지만 정말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건 그날 돈 쓴 걸로 끝난다. 실제로 나에게 남는 건 카드 영수증 뿐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예의 바르고, 있어 보이고, 사람 좋아 보였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안 그럴 수도 없다.
나중엔 익숙해져서 다들 기대치만 높아진다. 우리 집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았는데 우리 부모님이 한평생 모시고 살았지만, 어쩌다 가끔 와서 용돈 5만 원, 10만 원 주거나 옷 한 벌 사다 주는 작은엄마를 훨씬 고마워했다.
할머니가 엄마한테 시집살이를 얼마나 모질게 했는지 언니들과 나는 절대로 장남에겐 시집을 안 갈 거라고 다짐도 했었다. 동네에서도 할머니는 유명하셨다.
그래도 우리 엄마는 매일 삼시 세끼 차리며 얼굴 구김살 없이 엄마의 인생을 받치셨지만 늘 투정이셨다. 그래서 난 아직도 돌아가신 할머니를 싫어한다. 10년 전 내 친구 중에 결혼해서 양가 부모님 용돈을 매달 50만원씩 드렸다.
그 얘기를 듣고 말렸으나 둘의 벌이가 나쁘지 않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고정적으로 나가는 양가 100만 원은 절대 작은 돈이 아니다. 친구는 애 둘 낳고 살다 보니 매달 빠듯해졌다.
아무리 맞벌이를 한다 해도 나가는 돈이 커지면서 결국 양가 100만원이 너무 큰 부담으로 돌아왔지만 부모님 용돈을 늘리는 건 쉬운 일이어도 줄이는 건 정말 어렵다. 줄인다고 어렵게 얘기했다가 시어머니께 엄청 안 좋은 소리를 들었다.
명절 때 예를 들어 30만원씩 드린다고 해보자. 받는 사람은 30만원이 크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돈이 나가는 사람 입장에선 곱하기 몇 배다. 시댁, 친청, 큰댁, 작은댁, 조카들도 몇 명씩이나 되고 나가는 돈이 30만 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용돈은 용돈대로 나가고, 생일도 계속 돌아온다. 경조사도 많다. 그런데 남들한테 좋은 소리 들어가며 쓰지 않아야 할 곳까지 다 쓰고 다닌다면 돈이 모일 리가 없다. 미혼일 때는 그래도 그럭저럭 쓸 돈이 있지만, 결혼하면 정말 들어가는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는다.
그런데 생활 패턴은 고칠 생각을 안 하면서 왜 월급이 이렇게 안 오르냐고 분풀이하고, 못난 남편들 중엔 와이프가 재테크를 제대로 못해서 돈이 안모인다고 얘기한다.
유명 연예인들의 집안이 왜 그렇게 조용할 날이 없는지 알고 있는가? 가난했던 집안에서 자식이 잘되고, 자신들이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돈을 만지기 시작하면 모든 가족들이 그 자식 하나만 바라보게 된다.
보통은 그 자식 또한 가난한 부모님 이제 효도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분명 클 거다. 하지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아는 게 간사한 사람 마음이다. 다른 형제자매들도 그 잘난 자식 하나 믿고 사업에 손대고, 돈을 쉽게 탕진한다.
부모님들은 일을 그만두시고, 나중엔 그 씀씀이를 감당 못해 어렵고 힘든 일의 일상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처음엔 너무 고맙지만, 자랑스러웠던 자식이 돈을 끊기라도 하면 원망하고, 세상 그 누구보다 불효 자식이 된다.
뒤늦게 무엇이 잘못됐는지 깨닫는다 해도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오래전에 우리 신랑도 아버님 환갑 때 500만 원을 드리자고 했었다. 평생에 한번뿐인데 우리가 좀 마이너스가 나더라도 그게 도리 아니겠냐고 말이다. 전세 9천 올대출로 시작한 우리에겐 큰돈이었다.
신랑 마음은 충분히 이해는 갔지만 나는 나쁜 아내로 보일진 몰라도 절대 안 된다고 설득했다. 당장에 좋은 아들, 좋은 며느리로 자랑하시기엔 좋겠지만 내가 반대한 이유는 우리가 일단 그만큼의 돈을 드릴만큼 여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양가 4분이 계시다.
한 분 500 드리면 다른 분들도 그런 행사 때마다 그 이상이면 몰라도 최소 같거나 더 높게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아들이 대기업 다니는데 500씩 드리면 역시 얘네는 돈을 잘 벌어서 돈이 있구나라고 오해하실 것 같았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우리가 돈이 여유 있어서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여유가 없는데 드린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드리면서 불편한 마음을 가지시게 구구절절 설명할 수도 없다.
기대치는 더 높아질 것이고, 반복되다 보면 평소 용돈으로 10만 원 20만 원은 대수롭지 않게 받으실 것 같았다. 만약 다음 행사 때 500만원 이하로 드리면 우리 맘도 불편하고, 받는 사람도 뭔가 모를 기대감에 섭섭해진다. 아닐 것 같지만 돈 앞에선 사람 마음이 다 똑같다.
내가 너무 앞서가면서 못난 생각을 하는 걸까? 돈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착한 척하면 끊임없이 요구하는 게 바로 돈이다. 돈이라는 건 반드시 내 통제 안에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남에게 휘둘리면 평생 가난하게 살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실제로 맘까페 같은 곳을 보면 가족 행사 때마다 조카들 선물까지 다 챙기라는 집도 있고, 자식이 잘 버는 것 같으면 가전이 고장났다, 차를 바꿔야한다, 치과치료 해야한다 등등 본인들에게 나눠주지 않으면 섭섭해하는 걸 많이 봤다.
자식의 돈은 공유 자산이 아니다. 만약 자신은 절대 그런 부모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애들 어릴 때 받은 용돈이나 세뱃돈을 잘 보관했다가 주겠다는 명목하에 자기 주머니에서 다신 나오지 않았다면 장담할 수 없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받은 돈은 다 내가 갖고 아이들 통장으로 넣어줬다. 핸드폰으로 이체증까지 확인시켜 주면서 말이다.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해선 정확히 선을 그어줘야 한다.
예전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어린 남자형제 둘이 매일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 놀겠다고 싸웠다.
그 해결책으로 상담사가 했던 말이 큰 박스 2개를 가져다 놓고, 각각 이름을 붙이고 장난감마다 누구 것인지 정확히 구별해서 넣게 했다. 그리고 놀고 싶은 장난감이 있으면 상대방에게 빌려서 놀라고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싸우지 않았다. 어린애들이 장난감도 이렇게 내꺼 니꺼라고 싸우는데 크면서 돈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
반대로 자식이 부모 돈만 받아써본 사람은 부모가 주지 않으면 화가 난다. 부모에게 맡긴 돈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부모 돈이 당연히 자기 돈인 줄 착각한다. 정말 너무 한심하다.
그리고 가끔 가족이 어려워서 한 번 두 번 도와주는 걸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처음엔 고마워하겠지만, 결국 같이 가난한 지름길로 가는 것이다. 도움받는 입장에선 믿는 구석이 생기게 돼버리게 된다.
그렇게 돈도 없으면서 도와주고 싶다면 차라리 모르는 불우이웃을 도와주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돈은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 더 크게 상처받는다. 가족일수록 큰돈 쓰는 것에 대해 더 조심스러워해야 한다.
절실하고 죽을 것 같아야 자기가 살려고 애쓰고 노력하는데, 도움을 받는 사람은 어려움에서 극복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어릴 때 대가족으로 살면서 돈이라는 것이 어떻다는 것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이미 알아버렸다. 돈을 모을 때는 당장 내가 욕먹어도 견뎌야 한다. 차라리 불필요한 만남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고, 차라리 그 시간에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게 뭐라도 배우는 것이 낫다.
그때는 아무도 예전에 가난했던 나의 모습을 욕하지 않는다. 성공해서 폼 나게 써도 늦지 않는다. 일단 나부터 잘되고 나서 다른 사람을 돈으로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나처럼 잘 되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
그 방법을 받아들이지 않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 사람 팔자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잘 돼서 돈으로 도와주겠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