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아내는 요즘 인스타그램에 골프옷, 악세사리 등, 골프치는걸 올리는 재미가 붙기 시작하다보니 주변의 부러움을 산다. 여유도 있어 보이고, 남들보다 잘먹고 잘사는 기분이다.
댓글1: 어머 너 요즘 골프해? 좋겠다~ 돈 많이 든다는데.. 잘나가네~
댓글2: 어머 언니 잘 지내시죠? 골프복 너무 잘 어울리세요... 나중에 기회되면 같이 필드 나가요~^^
댓글3: 앗! 저도 사려던 골프복인데 금액보고 좌절했는데.. 언니가 입은거 보니 너무 이뻐서 맘이 또 흔들리네요.. ㅎㅎ 언니 최고!!^^
댓글4: 골프 시작했더니 사진만 보면 프로같다 야~~ 필드장 너무 좋아보이는데 어디야??
댓글5: 야 남편이 부장님이니 너만 혼자 너무 즐기며 사는거 아냐??ㅎ 사모님 부럽다 야~~
댓글6: 요즘 연락도 없고 조용하다 했더니 골프 배우고 있었구나~~ 좋겠다... ㅜㅜ
댓글7: 저도 골프 시작했었는데... 생각보다 돈이 계속 들어서 요즘은 필드 1년에 2번~3번 정도 나갈까 말까에요.. ㅜㅜ 필드장 보니 저도 나가고 싶네요.. 흑...
내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니 주변 사람들이 뭔가 날 대하는 것도 다르게 느껴지고, 내가 진짜 부잣집 사모님이라도 된 마냥 잘 나가는 것 같아 기분이 으쓱해진다.
그런데 그 여유로운 모습을 유지하려다보니 남들에게 보이기에 점점 더 좋은옷, 더 예쁘고 비싼 악세사리를 하다보니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취미에서 허세로 발전하고 있었다.
이쁘고 부럽다는 말을 들을때면 뭔가 짜릿한 기분에 더 부럽게 보이기위해 자꾸만 한단계 더 지갑을 열게된다. 그럴수록 댓글은 더 많이 달렸다.
점점 카드값에 아이들 학원비에 생활비가 마이너스가 나고 뭔가 잘못 되어간다라는 걸 느끼고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멈출수가 없다.
겉치레로 성공한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걸 멈추는 순간 내가 너무 초라해져 보일 것만 같아 두려웠다.
며칠 뒤 꾸준히 골프 멤버 엄마들과 같이 스크린도 다니고, 필드도 가끔 가다보니 너무 친해져서 슬쩍 집안 재력이야기가 나왔다.
한 엄마는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지만 시댁이 너무 잘 살다보니 손주사랑에 매달 500만원씩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엄마는 남편이 건축회사 사장인데 남편의 회사 사무일을 돕고 있었다. 부동산 상승장때 아주 큰 돈을 만지기는 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부자도 아닌데 부자소리만 듣고 있다며 엄살을 부린다.
또 다른 한 엄마는 남편이 피부과 의사였다.
이부장의 아내는 남편이 중소기업 부장이라는 말에 다들 "부장 사모님이였네~ 어쩐지.. 너무 좋겠다~~ 신랑이 잘벌어서~~" 라며 뻔한 속 뒤집는 소리를 한다.
사실 큰 회사는 아니지만 나름 이름 말하면 알 정도로 잘나가는 중소기업이었는데 나름 인정을 받아 부장이 되었고, 연봉도 나름 많이 받게 되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잠시 힘들어져서 보너스가 안나와 생활이 조금 힘들었는데 회사가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노고가 인정되 얼마전 보너스가 나와 그나마 숨통이 트이고 있던터였다.
그런데 더 숨막히는 말은 이부장의 아내만 전세라는거였다. 모두 자가에 부동산도 좀 있는 것 같고, 물려받을 재산들도 좀 있는 것 같고, 다들 잘 사는 것 같아 왠지 모르게 자존심 상하고 싶지가 않았다.
"집 사려면 사는데 신랑 주변에 집값 떨어져서 하도 고생들을 하니까 우리도 그냥 기회를 엿보고 있어.. 신랑이 부동산 흐름 보는 눈이 있어서 이번에도 사려고 했다가 다행히 안샀거든...
신랑 아니었음 우리 몇억 잃을 뻔 했어...사고 손해보기는 좀 그렇잖아. 지금 이시기에... 그리고 전세로 여러집 살면서 이사할 때 짐도 정리되고 좋은 것 같아.. 하하"
"그래 능력있는데 나중에 사~ 근데 그거 알아? 요즘 허세 부리는 젊은 애들 땜에 필드장 예약하기가 힘들었는데 다시 좀 한산해지는 추세래...한달에 2~300만원대 버는 젊은 애들이 돈이 부족하니 마이너스 통장 끌어다가 골프치고 그랬나 보더라고..."
의사부인 엄마가 맞장구를 친다.
"어머 그렇구나.. 허긴 요즘 코로나도 그렇고 골프가 예능에 나와서 붐이 되긴했지만 솔직히 돈이 적게 드는 취미는 아니잖아~ 근데 능력도 없이 자주 필드나가고 그러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사업가 남편 엄마도 한마디 거든다.
"근데 골프장 관계자한테 들은 얘긴데 골프치던 어린 애들 테니스로 많이 넘어갔다고 하더라~ 그래서 요즘 테니스 연습장 예약하기도, 인기있는 채는 품절이라 사기도 힘들다고 그러던데? 안그래도 인스타보면 테니스 옷, 장비 등 점점 많아지더라고...
그리고 골프장에 젊은 애들은 대부분 부잣집 자식들이거나 젊을때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그러더라고... 나머지들은 허세부리다 유지를 못하니 나가 떨어지는거고... 솔직히 영업직이나 되서 회사에서 지원해주니 치지 그 월급으로 말이되?"
대기업 엄마도 맞장구를 친다.
"맞아... 나도 돈 많이 들어서 신랑이랑 농담반 진담반으로 서로 자제하자고 그런다니까... 그래놓곤 겨울에는 둘이 해외 골프 검색하고있어 하하하..."
이부장 아내는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찔리기도 하고, 각자 집안 돌아가는 상황들을 들으니 자격지심에 괜히 속으로 열불이 나서 집에 들어가는 길에 남편에게 전화해서는 왜 어제 벗은 양말 빨래통에 안 넣어놓고 갔냐고 불같이 화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