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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베카 Nov 18. 2019

브런치 시작 이후 100일. 나 홀로 백일잔치

오래 쓰고 싶어 졌습니다.


   여름의 어느 날, 나는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온 반가운 전화.

  “언니, 뭐 하고 있었어~?”

  “응, 나 혼자 글 쓰면서 울고 있었어... 으흐흐흐... ”

  “뭐야 언니, 자가 치유 중인 거야? 언니 브런치 알아?”

  “야아~ 나도 가끔 먹으러 가거든?”

  “아니, 앱 말이야. 글 올리는 공간. 플랫포옴-”

  “뭐? 먹는 거 말고, 그런 게 있어?”     


   내가 육아와 살림을 하는 동안, 세상에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이란 게 나왔었구나. 그곳에 글을 올리고 작가가 되고 책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니. 히야...     


   친구의 추천대로, 나는 작가 신청을 하고 글을 올렸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강제 구독’을 요청했다. 남편 핸드폰에는 내가 직접 앱을 깔아주며, 친절하게 ‘레베카p' 구독 신청도 내가 해 드렸다. 그렇게 몇 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올리자. 나에게 한 약속. 어떤 날은 매우 재밌게 글을 썼다. 또 어떤 날은 ‘에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를 반복하며, 글자 타이핑 하나하나가 버거운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조금씩 써 나갔다. 그렇게 백일의 글쓰기는 내 삶을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변화 1. 일상을 단순하게 편성했다     

  오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커피 한 잔 들고 거의 바로 모니터 앞에 앉으려 노력하고 있다.(사실은 오늘도 운동 갈까.., 쓸까를 고민하다가 이 곳에 궁둥이를 붙여 보았다.) 아무래도 오전에 머리가 제일 맑기도 하고. 오전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앉아서 쓰거나, 책을 갈무리하다 보면 어느새 배가 고프다.     

  오후, 점심을 조금 잘 차려서 먹는다. 그리고 피곤한 날은 30분 정도 낮잠을 잤다. 좀 쉬어 두어야 아이들 어린이집 하원 후인, 오후와 저녁 육아를 가뿐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 컨디션 난조로 인한 짜증 폭탄을 아이들에게 던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벌써 2시~2시 반이다. 그 이후에, 조금 더 쓰기도 하고. 아니면 집안 정리를 한다. 빨래를 개기도 하고, 청소를 하기도 하고. 미리 아이들 저녁 반찬을 조금 만들기도 한다. 오후 3시 30분 즈음되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간다.          


변화 2. 주변 사람들에게 ‘이 내용 써도 돼요?’라고 묻는다.

  나와 일상을 나눈 사람들이 해 준 이야기가 좋은 글감이 되어 주었다. 하여, 자주 허락을 받아 둔다. 언제 쓸지 모르지만, ‘재밌겠다’ 싶은 이야기들을 메모해두고, 먼저 허락을 받아둔다. 이야기를 들었던 시간이 좀 지난 후에라도, ‘기억나시냐. 예전에 해 준 그 내용 써도 되냐?’고 물어본다. 대부분은 쓰라고 허락해 준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변화 3. 내가 겪은 일과, 현재 사는 삶이 ‘반짝반짝’ 다가온다.

  뭘 좀 써 볼까... 하는 고민. 순간순간 솟아난다. 어제저녁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내가 임신 시절에 고위험 산모실에 입원해서 겪은 일, 그거 재밌겠지?”

  “여보, 직업군인의 부인, 우리 올케 이야기도 써 볼까?”

  “여보, 애들 4살 때 어린이집 선생님 이야기도 써 볼까?”     

  그냥, 흘려보내지 많고. 써 보고 싶어 졌다.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졌다. 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었었나... 싶을 정도로 글감이 많네. 과거와 현재에서 삶의 한 토막을 잘라내어, A4용지에 담아내고 싶어 졌다. 과거에 겪은,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던 일들도 ‘아 이 이야기를 써 보면 어떨까?’라고 다가온다. 아프고 슬펐던 일일수록 더 쓰고 싶어 진다. 빨래를 널어 뽀송하게 하듯이, 내 마음속에 저장해 둔 축축한 이야기들을 꺼내어 말리고 싶다.     

  ‘내 인생이 너무 무난했나. 한 방 빡-, 이런 게 없네. 너무 소소해. 너무 식상해.’

  그러다가, 또

  ‘그래 너무 소소한 거 써 보자.’

  이렇게 마음을 돌리고. 오늘은 내일은 또 어떤 글감이 ‘반짝반짝’ 빛나며, ‘나 좀 써주세요, 어- 서-, 생각만 하지 말고 좀 쓰세요’ 하며 내게 다가올지 모르지.


변화 4.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글을 쓰다 보면, 체력의 부침을 느낄 때가 많았다. 일단 경도 디스크인 허리가 너무 아팠다. ‘운동을 해야겠다.’ 그래, 체력관리야 체력관리. 사과를 먹어야겠다. 거의 매일 혼자 점심을 먹다 보니, 연명식으로 식빵을 뜻어 먹기 일수였는데. 이제 혼자 있어도 사과도 깎아 먹고. 가능하면 면보다는 ‘밥’에 나물반찬을 먹으려 한다. 또 일주일에 두 번은 운동을 하려고 한다. 건강한 사람. 오래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100일을 건강하게 잘 살면, 그 후론 무탈하게 잘 산다고 해서 생긴 백일잔치. 나도, 100일 동안 재밌게 썼으니, 앞으로도 무탈하게 잘 쓸 수 있을까. 나는 어른이니까, 너무 많은 것은 기약하지 말자, 또 앞으로의 100일을 재밌게 써 보는데 의의를 두자.


   그럼에도, 오래 쓰는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


   

   오래오래오래~ 천년이 지나가도 안 변할.. 사랑은 이미 시작된 거야...

   붐 샤카라카~

   오늘은 잔칫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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