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야기] 비밀의 화원

이건 꼭, 너에게만 이야기하는 비밀이야!

by Scarlet

누구든 비밀을 가지고 있다. 비밀을 가지고 싶을 뿐 아니라, 갖고 싶어 하기도 한다. 소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은, 그 집단의 권력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비밀을 알고 싶어도 한다. 타인이 숨기고 있는 것일수록 파헤치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억누를지, 혹은 표출할지는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하지만 나는 여기서 진지한 비밀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내가 읽은 책은 '비밀의 화원' 이니까! 누가 봐도 어린이용(?) 도서일 것 같지만 나는 이 책을 이제야 읽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나도 이런 비밀이 갖고 싶었구나. 하고. 이렇게나 아름다운 비밀을 나는 갖고 싶었구나.


주인공인 메리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인도인들의 시중을 받으며 인도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부모가 콜레라로 사망한 뒤, 영국의 고모부네 집으로 오게 된다. 메리는 제멋대로 고집불통으로 살아왔고 그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인도에서, 관심과 애정이 제공되는 영국 요크셔의 고모부네 집에서 점차 성장한다. 하녀 마사의 다정함과 엄격함, 그리고 정원사 벤의 무뚝뚝한 친절, 붉은가슴울새와의 만남은 메리에게 점차 영향을 준다. 병약하고 고집불통인 메리는, 점차 웃을 줄 알고 건강하게 뛰어노는 소녀로 성장하게 된다.


그 와중, 소녀는 하나의 비밀을 마주한다. 방치된 '화원'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그 비밀을 찾아 정원 이곳저곳을 헤매고, 우연히 비밀의 열쇠를 발견한다. 그곳은 방치된 지 오래되어 엉망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리가 살아있는 많은 식물이 있었다. 메리는 마사에게서 소개받은 마사의 동생 딕콘과 친해지고, 그를 통해 씨앗을 받는다. 씨앗을 심고 정원을 가꾸는 과정에서 메리는 딕콘에게 정원을 소개하고, 딕콘은 이 비밀을 꼭 지키기로 약속한다.


정원을 가꾸던 중, 메리는 주택의 비밀을 밝혀낸다. 이따금 들리던 울음소리는 제 고모부의 아들, 콜린의 것이었다. 고모부는 아내가 죽은 슬픔으로 콜린을 잘 돌보지 못했고, 콜린은 고모부처럼 곱사등이 될 거라는 공포에 갇혀 누워서 울부짖기만 하는 상태였다. 콜린은 집안을 물려받을 사람으로 하인들 앞에선 신경질적으로 굴었지만, 당차고 더 자존심이 강한 메리에게 압도당한 뒤, 그녀와 친구가 되기로 한다. 물론 중간에 딕콘을 친구로 받아들이는 건으로 한 번 더 다투기는 하지만, 콜린은 점차 기운을 찾아간다.


하지만 메리는 정원을 가꾸면서 콜린과 함께 할 시간을 찾기 어려워했고, 결국 콜린에게도 이 비밀을 밝힌다. 메리는 딕콘의 도움을 받아 콜린과 함께 셋이서 정원을 찾는다. 콜린은 점차 건강을 회복하고, 예민한 마음에도 점차 건강이 깃든다. 이러한 변화를 깨달은 주치의가 고모부에게 연락을 해, 그는 오랜만에 건강한 아들과 '비밀의 정원'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는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사실 내가 생각하던 비밀의 정원은... 저런 내용은 아니었다. 난 비밀의 정원을 걷고 있는 연약한 소녀(연약하긴 하다. 내가 생각한 성격이 아니었을 뿐이지.) 라던가, 그 소녀에게 나타난 비밀의 소년(물론 딕콘은 비밀이 많은 소년이다.) 같은 것을 상상했었다. 그런데 뭔가 비슷하면서도 전혀 비슷하지 않은 내용이 튀어나온지라 좀 놀랐다. 일단 콜린의 존재 자체가 꽤 놀라웠다. 어쩐지, 제인 에어와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숨겨진 아픈 인물이라니 꼭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어린이들답게 건강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세 사람의 소중한 비밀은, 그렇게 아주 멋진 기적을 만들어냈다.


요즘 이런 비밀은 흔치 않다. 나쁜 비밀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밀'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 줘야 한다. 그 비밀이 나쁜 것이 아니라면, 내가 소중히 여긴 모든 것이 '비밀'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메리가 정원을 가꾸려고 노력하듯이, 그 비밀이 노력과 행동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더 소중하다. 소중함은 그것과 함께 보낸 시간과도 비례하는 법이니까. 소중한 것을 노력해서 가꾸고, 그래서 그 소중한 것이 더 소중해지는 시간. 비밀의 화원은 그 시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예쁜 연필을 가지고 있다거나, 특이한 다이어리 속지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것. 혹은 친구가 어제 무슨 이야기를 했다거나, 무슨 옷을 입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들도 꼭 비밀이었다. 둘만 귀에 속삭이는 걸로도 큰 일인 것 같았고, 그건 둘만의 비밀의 세계가 되어 주었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더 이상은 없을 그런 소중하고 조그마한 비밀들. 그런 비밀을 소중히 여겼던 그 때가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물론 비밀의 화원은, 좀 더 사이즈가 크고 엄청난 것이었지만.


어떤 공간이 나에게 주는 비밀스러움은, 새삼스럽지만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그 비밀이 나를 좀 더 자라게 하고, 나를 좀 더 변화시킨다. 건강한 공간이 비밀스러운 공간이 된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실내 가드닝이 유행이라는데, 문득 실내 가드닝을 통해 '나만의 비밀의 화원'을 가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들에게, 풀들에게, 나무에게 속삭여 보는 것이다. 나만의 비밀을. 그 비밀을 꽃도 풀도 나무도 조용히 묻어줄 테니. 그렇게 나는 좀더 씩씩하고, 건강한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비밀의 화원에서, 비밀이 좋았던 것일까. 화원이 좋았던 것일까.

혹은 그 화원이 비밀이라서 좋았던 것일까.

나도 나만의 비밀을 하나 갖고 싶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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