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킹덤 오브 헤븐

천국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by Scarlet

이 영화는 명작이라고 하지만 정작 내가 모르는 영화였다. 제목조차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유튜브 숏츠에 전체 내용을 편집한 편집본이 잔뜩 올라왔기 때문이다. 보두앵 4세와 살라흐 앗 딘의 마주침을 거기에서 보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게 만든 건 숏츠는 아니었다. 숏츠만 보고도 충분히 만족한 나에게 '중세 유럽'을 궁금하게 만든 건 유명한 게임인 '크루세이더 킹즈 3'이다. 이 게임을 몇 번이나 플레이하며 이 시대에 호기심을 갖던 중, 이 게임의 후반기가 '킹덤 오브 헤븐'과 겹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블 캐릭터로도 나온다고 한다!)


그 때부터 이 영화가 몹시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소개하는 대부분의 영화가 그러하듯, 이 영화도 개별 구매가 아니면 보기 어려운 형태다. 거기다 모든 영화광들이 '감독판을 봐야 한다'고 말하는 영화인데, 정작 감독판은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OTT에 서비스하는 모든 킹덤 오브 헤븐은 일반판이다) 결국 나는 웨이브에서 이 영화를 구입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한 번 더 봤다. 정말 감동적인 영화였고, 뭔가... 대단한 영화였다. 설명하기 어렵긴 하지만, 작중 나오는 인물들의 '패기가 대단하다' 라는 표현이 적절하려나.


어린 시절 살라흐 앗 딘을 패퇴시킨 전적이 있는, 지나치게 뛰어났던 보두앵 4세는 안타깝게도 나병이었다. 그는 살아생전 예루살렘 왕국을 지켜냈으나, 죽은 이후에까지 지켜내진 못했다. '나는 예루살렘이다' 라는 그의 말마따나, 그의 삶은 예루살렘이었다. 그가 죽자, 예루살렘은 무너졌다. 주인공인 발리앙은 그의 아래에서 훌륭한 관리력을 보여주며, 그의 사후에도 예루살렘을 지키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보두앵 5세 사후 섭정이었던 '기 드 뤼지냥'의 어리석은 행동들로 엉망이 된다.


살라흐 앗 딘은 친정하였고, 기 드 뤼지냥을 사로잡았으며, 발리앙이 지키고 있는 예루살렘으로 다가간다. 그는 물질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닌(Nothing)' 예루살렘을 갖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데, 이는 예루살렘이 갖는 가치가 그들의 정신적인 측면에서 '모든 것(Everything)'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다른 의미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가 보여준 '존중'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이었다고 믿는다. 살라흐 앗 딘이 예루살렘에 들어와서, 그는 보두앵 4세의 무덤을 밟지 않기 위해 비켜 갔다고 하는데 사실 이 장면은 내가 잘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쓰러진 십자가를 일으켜 세우는 장면에서 대단히 감동을 받았다.


쓰러진 십자가란 결국 무너진 예루살렘이다. 무너져버린 기독교의 의식이다. 살라흐 앗 딘은 정치적으로도, 혹은 종교적으로도 이슬람의 정점에 이른 이이다. 그런 정점에 선 남자가, 십자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는 세상 모든 것에서의 '관용'을 보여주었다. 이전에 보두앵 4세와의 마주침에서도 '내 주치의를 보내주지' 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그는 여러 면에서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적의 건강을 신경써 주는 사람이라니! 그것도 패배한 적 있는 적 앞에서!


기독교적으로 예루살렘은 '성지'다. 성지는, 천국으로 가는 길일지도 모르고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씻을 수 있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욕망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발리앙은 자신의 죄를 씻으려고 했고, 혹은 아내의 죄를 씻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최후로 얻은 것은 죽은 자의 자취가 아닌, 산 자의 그림자였다. 그는 많은 이들을 구하여 유럽으로 돌아갔다. 예루살렘을 지키지 못했어도, 그는 모든 사람을 지켰다.


살라흐 앗 딘은 어찌 보면 천국의 왕좌에 앉은 인물일지도 모른다. 나는 킹덤 오브 헤븐의 '킹덤'이 어느 곳을 뜻할지를 고민했다. 어느 순간에는 보두앵 4세의 예루살렘이다가, 어느 때는 살라흐 앗 딘의 이슬람이 되었다가, 혹은 발리앙이 돌아간 자신의 고향이 되었다. 사실 어느 곳에서든, 내가 뜻하는 곳에 있다면 그곳이 곧 천국이다. 살라흐 앗 딘은 아마 뜻하던 곳에 선, 말 그대로 천국을 밟고 선 자일지도 모른다. 나의 평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한다면, 영화를 다시 한 번 봐 주면 좋겠다. 영화에 나오는 살라흐 앗 딘은 정말이지... 위대하다. 그런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나는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을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계속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몇 번이고 다시 보면, 내가 보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보두앵 4세의 무덤을 밟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거나, 혹은 보두앵 4세가 보여주는 '예루살렘의 왕' 으로서의 모습이라거나. 나는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이 너무 좋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꼭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왜 OTT는 이 영화를 무료로 풀지 않는 걸까? 이 멋진 영화를!


나의 Kingdom of Heaven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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