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BGM은 얼마만큼 필요한가

블루투스 이어폰이 몸과 합체된 사람의 이야기

by Scarlet

BGM, BackGround Music, 그러니까 배경음으로 통칭되는 그것.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 오늘은 내 삶의 배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안타깝게도 BGM 이라는 말과 달리, 내 BGM은 애니메이션이다. 그것도 지브리의. 아무튼, 삶에 있어서 가벼운 소음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과거엔 그러지 않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최근 들어 소음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지 천천히 고민해 보기 위해서, 이번 글을 적기로 했다. 특이하게도, 글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내 생각의 과정을 그대로 적는 것이기 때문에, 가끔은 적나라한 내 생각의 흐름이 보인다. 얼마나 엉뚱한지, 신기할 정도다.


배경음은 왜 필요할까. 나는 언제부터 음악을 틀어놓기 시작했을까. 그건 같이 일하던 동료의 영향도 있었다. 동료는 가벼운 틱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일하던 도중에 음, 엇, 하! 하는 가벼운 소리를 많이 내곤 했다. 처음엔 깜짝 놀라서, "무슨 일 있었어요?" 하고 묻던 나는 곧 그 소리에 익숙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몇날 며칠이 지나도 내 귀는 그 소리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내 귀에 다른 소리를 덧씌우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이 내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같이 일하는 동료가 틀어 놓은 음악이 내 취향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인이 좋아하는 음악이 내 취향과 다르다고 해서, 내가 듣는 것을 극구 거부할 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지인이 노래를 틀어놓는 것에 동의했었다. 하지만 내 취향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어쩐지 '아 내 취향이 아니네' 하는 생각을 계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 탓으로, 나는 귀에 무언가를 덧씌우는 버릇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그와 관련하여 두 번 말을 하지 않은 것은 내가 정말로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했다.


아무튼 그 뒤로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는 버릇을 들였다. 처음엔 음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이것저것 틀어 놓았다. 너무 좋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의 폭은 매우 좁았다. 나는 보통 좋아하는 곡이 한 곡에서 네 곡 사이이다. 옛날부터 좋아했던 곡을 쭉 듣고 있더라도, 지금 내가 좋아하는 노래로 바꿔버리곤 한다. 문제는 짧은 시간 내 좋아하는 노래를 계속 반복해서 듣다 보니, 노래가 금방 지겨워진다는 것이었다. 처음의 기쁨과 설렘도 잠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지겹다'라는 카테고리로 옮겨지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나는 영화를 주로 들었다.(영화 스크립트 해설 책에 사운드 CD가 부록으로 붙어 있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주로 들었는데, 맨 첫 부분의 앤디와 아름다운 여성들의 옷 갈아입는 모습이 나오는 'Suddenly I see'는 내가 무한 반복해서 들을 만큼 좋아했다. 영화를 듣자, 어쩐지 귀가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Searing Hot 이라거나 I love my job, catastrophe 같은 표현을 그래서 기억하고 있다. (I love my job은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중얼거리는 게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였다. 근무 시간은 여덟 시간, 영화 시간은 한 시간 반 남짓. 하루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는 스크립트가 재미있을 리 없다.


곧 나는 다른 세계를 뒤적거렸다. 처음에는 유튜브를 듣기도 했고, 오디오북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유튜브는 생각보다 광고가 많았고, 오디오북은 집중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어려웠다. 배경음으로 깔기에는 불편함이 있었다. 결국 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되돌아갔다. 내가 사용하는 OTT는 넷플릭스와 웨이브인데, 웨이브에는 오디오로 영상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그걸로 '교열걸 코노 에츠코'를 굉장히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에츠코가 쓰는 일본어는 지나치게 빠르고 고급진 것들이었다.


나잇대를 조금 낮추기로 했다. 흔히 배경음으로 듣기 좋은 애니메이션을 뒤적거렸다. 그러다 찾은 것이 넷플릭스의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이었다. 마이코상네 행복한 밥상은 웨이브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된 것을 주로 들었다. 오랫동안 들을 배경음이 필요할 땐 정말 딱이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끝없이 바꿔가며 듣기를 했다. 처음엔 마녀 배달부 키키, 그 다음엔 귀를 기울이면, 그 다음엔 코쿠리코 언덕에서, 지금 듣고 있는 건 추억은 방울방울이다. 듣다 보면 지브리의 대단함을 문득문득 느낀다. 어쩜 이렇게 영화같은 애니를 만들어 냈을까, 하고.


이런 배경음은 차곡차곡 나에게 쌓여서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배경음을 선택하려고 한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는 삶에 대한 사랑을,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에서는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는 세련되고 아름다운 삶을 상상할 수 있다. 배경음으로 내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해도, 내 삶의 어느 부분에서는 흔적을 남길 것이다. 나는 그 흔적이 아름답고 다정한 것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가, 아름답고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글을 읽는 당신께도 묻습니다.

당신의 배경음은 당신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