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차의 역사는 너무 어려워!

국가별로 시대별로 다 다른 차 이야기

by Scarlet

요즘 차 관련 책을 이것저것 보고 있다. '홍차 이야기'라던가 '티타임'이라던가 하는 책들이다. 주로 차의 역사와 차를 마시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정말 슬픈 건 내가 책을 열심히 읽어도 내용이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티타임(헬렌 세이버리 지음)' 이라는 책은 전 세계적으로 차를 마시는 국가의 역사와 특징을 짚어주는데, 그게 정말로 깊이가 있다. 특히 티푸드에 대해서 굉장히 상세하게 적어놓아서, 나는 이 책을 차 책이라고 해야 할지 티푸드 책이라고 해야 할지 망설여지기도 했다. 물론 차에 대한 내용은 대단히 많지만!


그래서 차의 역사를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물론 이 역사는 굉장히 압축된 것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기억에 의존해 쓴 글이므로, 굉장히 불성실하다. 혹시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짚어 주면 수정할 예정이다. 혹은 내가 책을 다시 읽고 수정할 수도 있다. 차에 대해 나는 얼마나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따름이다.


차의 역사는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중국이거나 혹은 그 근처 소수민족이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운남성(서쌍판납)쪽에서 차가 처음 재배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으나, 최근에는 귀주성 쪽이 먼저 재배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귀주성은 중국에서 가장 큰 차 재배지가 있을 정도로 차가 많이 나는 곳이다. 아무튼, 그 이후 육우의 다경을 거쳐 중국의 차 산업은 대단한 발전을 이룬다. 그리고 근처 동아시아 쪽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다만 이 차가 유럽으로 건너간 것은 꽤나 복잡한 과정을 거친 뒤였다.


유럽에 중국의 차가 소개된 뒤에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차는 상위 계급에 받아들여졌다. 상위 계급은 중국차와 중국의 그릇을 '센세이션'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시누아즈리(중국풍, Chinoiserie) 라는 문화가 생겨났다. 중국산 차와 도자기는 중국풍의 이 문화를 이끈 선두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도 아리타 자기 등을 생산하여 판매하였다. 일본풍은 자포니즘(japonisme)이라는 용어로 따로 불리기도 했다.


홍차는 아주 오래 전부터 중국에 있었지만, 유럽으로 전래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왜 홍차일까? 어느 책이든 답이 있겠지만, 그 답을 잊어버렸다. 아마 홍차가 향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홍차를 끓이는 물은 유럽은 주로 경수이고, 경수를 끓였을 때 맛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녹차보다는 홍차일 것이다. 또한 색과 향이 뚜렷하고, 블렌딩하기에도 훨씬 홍차가 편하다. 그 때문이 아닐까 나는 추측한다.


중국 내수용으로도 차가 많이 활용되어 수출량이 일정한 가운데 유럽의 차 소비량이 늘어나자, 영국은 자신의 지배 하에 있던 인도에서 차를 재배하기로 결정하였고, 중국의 차 나무를 일부 이식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인도 지방에서 오랫동안 자라났던 차나무(아삼종)들도 꽤 발견되었다. 이후 인도 및 스리랑카 지방은 차로 굉장한 명성을 얻었다. (스리랑카의 옛 이름은 실론으로, 우리가 말하는 '실론 티'가 나는 지역이다) 이로 인해 차 가격이 안정화되어, 유럽에서는 일부 상류층만 마실 수 있었던 차가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차의 대중화는 술과도 관련이 있다. 그 당시 과했던 음주 문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금주 운동이 일어났는데, 대용 음료로 차나 커피를 추천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차를 마시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유럽에서는 아직도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마시는 모닝 티에서부터 저녁식사에 마시는 하이 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는 유럽 사회의 급격한 도시화와 맞물려 진행되었는데, 물을 끓여 마시는 차는 오염이 심한 도심 지방에서 위생적으로 '마실 것'을 얻을 수 있는 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홍차는 영국 제국의 영향으로 세계 각지에 퍼지게 된다. 특히 튀르키예 등은 커피가 흔한 지역이었는데(이곳에 첫 커피 하우스가 세워졌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차를 마시는 문화가 보급되어, 현재 튀르키예는 1인 차 소비량이 세계적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단히 차를 사랑하게 되었다. 다양한 지역에서 '티 타임'을 중시하고, 차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가 성행하였다. 티 댄스, 티푸드, 찻잎점 등이 그것이다. 특히 문화적으로 '티 타임(특히 애프터눈 티)' 시간에 어떠한 요리를 내어 누구를 초대할지가 큰 사교적 관습으로 자리잡았다.


유럽의 차 문화가 '교류'를 중심으로 섬세하고 아름답게 이루어졌다면, 동양의 차 문화는 차분하고 개인적인 느낌으로 이루어졌다. 남송 시대에는 말차(가루차, 흔히 점다라고 한다) 가 유행하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만들기 까다로운 것이었는데, 우선 동글납작한 엽전처럼 만든 차를 구운 뒤 갈아서 가루를 내고, 이 가루를 체에 친 뒤 뜨거운 물과 함께 그릇에 담아 휘저어 만들었다. 이 때에는 차의 맛을 비교하는 투차(鬪茶)가 유행하였다. 송나라 시대의 차 문화는 그대로 일본에 건너가, 일본의 말차 문화를 만들어낸다. 우리 나라는 고려 시대에 유행하였다.


그러나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던 가루차는 남송의 멸망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후 원나라 시대부터는 산차(흔히 우리가 마시는 잎차)가 유행한다. 남송이 사치로 멸망하였다고 믿었기 때문에, 원나라에서 점다를 금지하였기 때문이다. 이후, 다양한 산지에서 다양한 맛과 향의 차가 유행한다. 차는 아주 일찍부터 중국의 삶을 관통해 온 하나의 문화이고, 산차는 지금까지 우리의 차 생활을 관통하는 일상이 되었다. 조선은 차를 받아들여 전통 의례와 섞어 활용하였으나(차례茶禮 등) 어떠한 격식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적 활동으로 정립되었다. 일본은 말차 문화를 받아들인 뒤, 기라성 같은 차 위인(센노 리큐 등)의 영향으로 '일본 다도'를 정립하였다. 이 문화는 학파가 일부 나뉘긴 했으나, 지금까지도 계승되고 있다.


차의 역사를 이렇게 정리하여 보니 너무 간단해 보인다. 물론 티 클리퍼(차를 싣고 오던 배) 라던가 티타임의 유래나 현대 사회에서의 위상 같은 것도 고민해 볼 문제이나, 이렇게 정리하고보니 나름 흐름이 보이는 듯도 하다. 다만 유럽에서 '사교'의 도구로서 활용된 차가 아시아권에서는 불교의 영향인지 '수련'이나 '자아 성찰'과 연계되는 것이 흥미롭다. 사실 우리가 차에 바라는 것도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 나 자신을 위함이 많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그렇다.


차의 역사는 이후 좀 더 디테일을 가미하여 외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차 기물과 관련된 공부를 하려고 한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나름 공부한 것이 그럴듯하게 나타나 뿌듯하다. 혹시 이와 관련하여 공부를 하고 싶다면, 헬렌 세이버리의 '티타임'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차의 역사를 역사적으로, 혹은 지역적으로 풀어내 주는 매우 훌륭한 책이다.


한 잔의 차와 함께 이 글을 끝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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